[이슈톡톡] 한온시스템 매물로 나왔다, 원주인 한라그룹 정몽원도 바라볼까
등록 : 2021-05-13 14:17:04재생시간 : 7:45조회수 : 7,431임금진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나왔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한온시스템을 바라볼까?

정 회장이 만도에 이어 한온시스템까지 품으면 한라그룹을 완전히 재건하게 된다. 친환경자동차부품기업이라는 구상에도 한온시스템이 더해지면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물론 정 회장이 한온시스템 인수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한라그룹 쪽도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시장의 일부 시선은 정 회장을 향해 있다.

◆ 한라그룹, 한온시스템 인수후보 될까

한온시스템 매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대상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다.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2대주주로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 지분 19.49%를 매각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5년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때 주주간 계약을 통해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반대로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도할 권리를 얻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어 한앤컴퍼니 보유의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유 지분까지 함께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관리시스템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일본 토요타의 부품계열사인 덴소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우량 자동차부품기업이다.

입지가 탄탄하다보니 벌써 여러 인수후보군이 거명되고 있다. 자동차전장부품에 힘을 쏟는 LG그룹,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부품을 내재화하려는 폴크스바겐그룹 등이 한온시스템을 탐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시장에서는 한라그룹도 인수후보 가운데 하나로 바라본다.

한라그룹은 한온시스템의 원래 소유주였다. 한온시스템의 모태는 1986년 한라그룹 계열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가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한라공조다.

하지만 한라그룹이 IMF위기 당시 부도를 맞으면서 한라공조를 팔게 됐고 이후 회사를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지만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합군에 밀려 한온시스템을 되찾아오는 데 실패했다.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 한라그룹에 뿌리를 둔 기업을 다시 품에 안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한라그룹의 한온시스템 인수전 참가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 친환경자동차부품기업 도약의 열쇠

매각했던 기업을 되찾는다는 상징성을 제외하고도 한라그룹이 한온시스템을 손에 넣는다면 한라그룹의 중심인 만도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만도는 애초 제동과 조향, 현가장치 등 자동차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라 자율주행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투자를 늘리면서 미래차 부품회사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만도의 매출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관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만해도 6.4%에 불과했으나 2020년 13.9%까지 늘었다. 올해는 비중이 17.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만도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며 “자율주행의 각 레벨별 필요 기술을 확보하고 빠르게 제품·서비스화하여 운전자와 탑승자의 편의를 도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활동은 비전 달성뿐만 아니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미래차부품회사로 변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에서 사내이사로만 참여하고 있지만 만도에서는 직접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만도의 체질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정 회장이 한라그룹을 통해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 이러한 만도의 변신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 역시 과거만 해도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부품만 주로 생산했지만 현재는 전기차에 특화한 열관리 솔루션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 가운데 전기차 관련 부품의 비중은 2017년 40%에서 2019년 56%까지 늘었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부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초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기업인 캐나다 마그나로부터 유압제어사업부를 1조4천억 원가량에 인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한온시스템을 품에 안으면 친환경차 부품기업 도약이라는 비전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동과 조향, 현가장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나아가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등 자동차 제조 가치사슬의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다.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만도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안정적 매출처를 두고 있지만 해외 완성차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의존도는 여전히 60%가량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한온시스템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은 2018년 41%에서 2020년 36%까지 내렸다. 한온시스템은 포드를 주요 고객기업으로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폴크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양한 완성차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한라그룹이 한온시스템을 품에 안는다면 단번에 고객사 다변화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 인수를 검토하기에는 현금이 너무 부족하다

한라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에 나서기에는 자금조달이 너무 벅차 보인다.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약 9조 원이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 70%의 가치는 6조3천억 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5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나 폴크스바겐그룹 등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한온시스템의 매물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금액만 10조 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라그룹에는 이만한 자금이 없다.

한라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만도를 주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도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별도기준으로 3988억 원이다. 매출채권 4174억 원을 더해봐야 8천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한온시스템 인수금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몽원 회장이 한온시스템을 되찾으려면 사실상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한라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에 나선다면 범현대가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시장은 바라본다.

정 회장이 이미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한온시스템 인수에 또 다른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정 회장이 2008년 만도를 되찾을 때 한라그룹에 도움을 준 회사는 다름 아닌 KCC였다.

KCC그룹을 이끄는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정몽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정몽진 회장의 아버지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정몽원 회장의 아버지이자 한라그룹 창업주인 정인영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KCC는 당시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 역할을 맡으며 모두 2695억 원을 지원해 만도 지분 29.99%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한라건설과 정몽원 회장이 만도 지분 35.57%를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채널Who 남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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