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노동조합원들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의 고비를 무난히 넘을까?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지만 노조원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사항이 잠정합의안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서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8일 “2016·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올해까지 끌고 가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다소 조급하게 잠정합의안을 낸 측면이 있다”며 “고용안정협약서나 성과금, 상여금 분할문제, 유연근무제 등 문제를 놓고 노조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7년 12월29일 기본급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매달 분할지급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올해 1월7일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등 분할계열사 3곳의 노사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9일 잠정합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 임단협을 그해에 끝내지 못하자 2017년 6월부터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을 함께 묶어 교섭을 진행해왔다. 1년 7개월 정도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극적 타결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초 성과급을 300%로 올리고 고용안정협약서를 작성하며 상여금도 분할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성과급은 230%만 인상하기로 합의됐고 고용안정 문제도 노사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으로, 상여금도 분할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유연근무제도도 회사가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원천차단할 것을 노조원들은 요구했지만 유연근무제도 조항이 신설되어 향후 제도의 시행대상, 시기, 방법만 노사간 합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우선 합의됐다. 

강환구 사장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감부족으로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임단협을 해를 넘겨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노조원 투표에서 가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반발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감하게 지켜봤던 사안에서 회사의 의견이 더 반영된 만큼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회사는 물러서지 않고 노조는 강경투쟁을 펼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6·2017 임단협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다면 노조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결국 파업 등 강경투쟁을 진행하게 될 텐데 이는 회사와 노조 양측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을 놓고 오랜 시간을 끌어와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 올해 임단협까지 3년치를 진행하면 부담감이 무거워진다는 점 등을 높고 봤을 때 가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금까지 임단협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며 정치권 현안으로까지 부상했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서 단독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강 사장이 그동안 현대중공업 노무관리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이번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단독 대표이사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