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록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 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중국 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국내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오설록의 성장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 ▲ 서혁제 오설록 대표이사(사진)가 중국 차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공세에 맞서 오설록의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을 강화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
22일 오설록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서혁제 대표는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안방 시장 경쟁'에 대응할 전략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설록은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체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오설록은 매장을 소매형 매장 '티샵'과 카페형 매장 '티하우스'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티샵은 찻잎과 티백 등 차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둔 매장이고, 티하우스는 차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브랜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화 매장이다.
오설록은 지난해부터 일부 티샵을 새롭게 단장하며 시음과 음료 제공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규 티하우스와 차 문화 체험시설을 조성하며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올해 6월 제주 서귀포시 한남차밭에 '오설록 티하우스 티팩토리점'을 열었다. 7월에는 이곳에 오설록의 브랜드 역사와 차 문화를 소개하는 도서관 형태의 공간 '티 라이브러리'도 조성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오설록 티하우스 성수'의 개점도 준비되고 있다. 건축 계획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약 1천㎡(303평) 규모로 조성된다.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활용하던 건물을 증축하고 새롭게 단장해 티하우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설록은 2004년 서울 명동에 첫 티하우스를 선보였는데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주요 티하우스가 6곳에 그친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신규 출점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오설록의 행보는 중국 차 브랜드들이 국내 매장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 차 브랜드들은 2024년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중국에서 이미 대규모 사업 기반을 갖춘 △차백도 △차지 △헤이티 등이 진출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들도 가세하고 있다.
실제로 '차백도'의 국내 매장은 지난해 말 18곳에서 올해 9월 기준 47곳까지 늘었다. '차지' 역시 올해 4월 진출한 뒤 5개월 만에 매장 10곳을 확보했다.
중국 브랜드들은 밀크티와 과일차 등 즉석 제조 음료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찻잎과 차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둔 오설록과 사업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다만 중국 브랜드들도 고급 찻잎을 활용한 음료를 내세우고 있어 차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설록과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설록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오설록의 매출은 2023년 834억 원에서 2024년 937억 원, 2025년 1109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5억 원, 92억 원, 115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호조가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에 따르면 오설록이 포함된 기타 계열사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799억 원에서 올해 952억 원으로 증가했다. 기타 계열사에는 오설록 외에 미용기기 제조업체 퍼시픽테크 등이 포함돼 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상반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오설록을 중심으로 기타 계열사 매출이 성장했다"며 "티 및 디저트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발굴하면서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차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만큼 서 대표로서는 오설록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 ▲ 서혁제 대표는 오설록의 차 생산 시설과 브랜드 역사를 활용한 체험형 공간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제주 티뮤지엄' 전경. <아모레퍼시픽홀딩스> |
서 대표는 오설록이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역사와 차 생산 기반을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설록은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선대회장의 남다른 '차 사랑'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서 선대회장은 한국 고유의 차 문화를 되살리고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제주 황무지를 개간해 차밭을 일궜다.
이후 제주에 돌송이차밭과 서광차밭, 한남차밭 등 약 330만㎡(100만 평) 규모의 차밭을 조성했다. 2001년에는 제주 서광차밭에 국내 최초의 차 박물관인 '오설록 티뮤지엄'을 열며 차 문화를 알리는 공간도 마련했다.
서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에도 차 생산시설과 체험 공간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2023년에는 제주 한남차밭에 '오설록 티팩토리'를 준공하며 차 가공부터 포장, 출하까지 처리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티팩토리는 건축면적 약 7200㎡(2200평) 규모로 연간 차 제품 646톤을 제조하고 제품 8600만 개를 출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같은 해에는 기존 티뮤지엄을 증축하고 새롭게 단장하면서 차 생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로스터리 존'을 마련했다. 올해는 여기에 체험형 매장을 추가한 것이다.
서 대표는 이처럼 오설록이 구축해온 차 생산 기반을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체험형 공간이 오설록만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차 브랜드들의 국내 공세 속에서도 기존 성장세를 이어가는 일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혁제 대표는 1972년생으로 한국외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차 브랜드 사업 등을 담당했으며 오설록디비전 상무를 지냈다. 2019년 오설록이 아모레퍼시픽에서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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