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한 제조사에서 코스맥스로 옮겨올 수 있었던 주문이 당분간 기존 업체에 남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내년 신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만큼 가동 초기 물량 공백을 최소화할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에 따르면 화장품 할랄 인증 의무화 시한을 기존 2026년 10월17일에서 2028년 10월17일로 2년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발표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되는 제품을 뜻한다. 화장품은 원료와 제조 과정 등이 관련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애초 의무화가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인증받지 못한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브랜드들은 기존 제조사의 인증 취득을 기다리거나 인증을 확보한 업체로 생산처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했다.
코스맥스처럼 일찌감치 인증 생산체계를 갖춘 업체에 신규 주문이 유입될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코스맥스는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할랄 인증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화 시점이 2년 미뤄지면서 기존 제조사들도 인증을 준비할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생산처를 서둘러 변경하지 않고 기존 거래관계를 유지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코스맥스는 이미 인도네시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장에서 선두권을 확보한 기업이다.
2012년 현지 공장을 인수해 사업에 진출했고 2013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할랄 인증을 확보해 현지 브랜드에 관련 제품을 공급해 왔다.
따라서 이번 규제 연기가 코스맥스의 기존 고객사나 시장 지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인증 의무화에 따라 새롭게 유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주문의 발생 시점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코스맥스가 대규모 신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코스맥스는 약 730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신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2027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연면적 4만5579㎡(약 1만3788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인도네시아의 연간 화장품 생산능력은 기존 약 2억5천만 개에서 6억 개로 늘어난다. 기존의 2.4배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신공장은 할랄 인증 의무화보다 약 1년 반 먼저 가동된다. 코스맥스로서는 규제 시행에 따른 새로운 수요가 본격화하기 전에도 늘어난 생산능력을 뒷받침할 주문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할랄 인증 의무화 연기가 신규 수주 기회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인증을 받은 다른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브랜드도 판매량이 늘어나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이 부족해지면 코스맥스에 추가 물량을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
코스맥스 역시 신공장을 인도네시아 내수시장뿐 아니라 인접국 수출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증 의무화와 관계없이 현지 화장품 시장의 성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 ▲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할랄 인증 의무화 시행 시점이 약 2년 연기됐다. 사진은 2026년 2월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6’ 행사 전경. <코스맥스> |
현지 법인의 최근 실적을 고려하면 추가 생산물량 확보와 함께 수익성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코스맥스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2025년 매출 977억 원, 순이익 7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13.7%, 순이익은 43.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509억 원, 순이익 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 순이익은 88.2% 줄었다. 순이익률은 약 1.2%에 그쳤다.
재무구조는 개선되는 흐름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채총계는 2024년 말 약 737억 원에서 지난해 말 60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약 210.7%에서 151.8%로 낮아졌다.
다만 해외 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은 이어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3월 인도네시아 법인이 현지 하나은행에서 차입한 약 514억 원에 대해 617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당시 공시에 기재된 인도네시아 법인 관련 채무보증 총잔액은 약 950억 원이다.
해당 차입금이 신공장 건립에 직접 사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채무보증 역시 실제 차입금과 동일한 부담은 아니지만 모회사가 현지 법인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병만 코스맥스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주요 성장 거점으로 삼고 현지 고객사 확보와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일부터 3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화장품 전시회 '코스모뷰티 인도네시아 2026'을 직접 찾았다. 해당 행사에서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자체 개발 원료와 화장품 기술력을 소개하고 현지 브랜드 관계자들과도 교류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해외법인 간 공동 영업 확대와 현지 맞춤형 연구개발, 생산 자동화를 주요 경영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할랄 시장으로서 인도네시아 현지뿐 아니라 타 할랄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서 전략정 중요성이 큰 시장”이라며 “신공장 가동으로 현지 고객사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인접국 공략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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