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카라얀은 1985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한 ‘베드로와 바울의 축일을 위한 미사’에서 모차르트의 대관식미사를 연주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교황은 로만카톨릭의 수장이자 바티칸의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약간은 권위적이고 조금은 격식을 갖출 만도 한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존 교황들과 다르게 매우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어 먼저 다가가는 교황을 향해 사람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황 앞에서 노래한 성악가 조수미나, 시복식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국내 클래식 스타들뿐 아니라 세계의 마에스트로들도 교황 앞에서 최고의 음악을 연주하곤 했다. 많은 작곡가들도 ‘교황을 위한 음악’을 작곡해왔음은 물론이다. 오늘 그 중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상물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상물의 주인공은 마에스트로 중의 마에스트로인 카라얀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카라얀은 교황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다. 1983년 교황의 오스트리아 방문 당시 교황에게 이러한 뜻을 전했다. 교황이 허락해 드디어 1985년 바티칸에서 그의 꿈을 이루었다.
이 연주는 1985년 6월 29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교황에 의해 집전된 ‘베드로와 바오로의 축일을 위한 미사’와 함께 행해졌다. 당시 세계 35개국에 생중계되었다. 교황은 이를 위해 여러 개국의 언어로 미사를 진행했다.
카라얀은 말년에 그와 함께 한 빈 필과 빈 악우협회 합창단, 그리고 캐서린 배틀 등 4명의 솔리스트들과 함께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연주했다.
그냥 연주회 형식이 아니라 미사의 전례 순서에 따라 모차르트의 미사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들은 마치 고급스럽고 정성스럽게 드리는 미사의 순간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마치 천상의 음악이랄까. 필자가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이 연주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전해지는 말로 모든 연주 비용을 카라얀이 자비를 털어 마련했다.
이 연주는 몇 개의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천주교에서 교황 비오 10세에 의해 성당 안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금지되었는데, 이 연주에 의해 그 금지가 최초로 해제되었다는 것에 첫 번째 의미가 있다.
두 번째는 라 스칼라에서 성공 이후 카라얀이 다시 이탈리아로 금의환향했다는 것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중요하게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천주교와 모차르트의 만남이다.
대관식 미사, 크레도 미사, 레퀴엠 등 천주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한 모차르트의 곡이 미사에서 연주되는 것이 왜 의미를 지닐까.
바로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 연주를 계기로 바티칸과 프리메이슨이 약 200년만에 다시 재회했다. 그동안 비밀결사조직이자 자유를 신봉하는 프리메이슨을 바티칸은 인정하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 정신을 자신의 작품들에서 보란 듯이 대놓고 드러냈다. 대표적 작품이 바로 ‘마술피리’다. ‘돈 지오반니’에도 프리메이슨의 대사와 음악이 나온다. 이 점에 대해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카라얀이 아닌 다른 마에스트로들이 교황 앞에서 연주한 영상물들도 있다. 두 연주 모두 프란치스코 이전 교황이었던 베네딕트 16세 앞에서 2007년 연주되었다.
하나는 4월에 열린 구스타보 두다멜과 슈튜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신세계 교향곡’이고, 다른 하나는 그해 10월의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합창교향곡’실황이다. 그 해에 교황은 80세 생일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리스 얀손스는 천주교가 아니라 루터교 신자로 알려져 있어 더 재미있다. 한편으로 당시 교황이 독일인이라 독일 오케스트라들만 초청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두 연주는 모두 완성도가 뛰어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이 연주로 인하여 재기 넘치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세계에 알려졌다. 말러 지휘 콩쿨 우승 이후 2년만에 도이치 그라마폰과 계약을 맺었던 그가 3년 만에 교황 앞에서 지휘봉을 잡았으니 말이다.
이렇듯 최고의 마에스트로들과 최고의 종교 지도자와 만남은 꽤 흥미롭다. 특히 카라얀과 요한 바오로 2세가 함께 행했던 미사는 음악가는 음악으로, 종교지도자는 예배로 그들이 믿는 천주(天主)에게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최고의 찬양을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