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행진이 멈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임원인사에 맞춰 해마다 이 경영리더의 역할을 확대했지만 올해는 이 경영리더에 대한 인사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전사적인 실적 부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이 경영리더가 수장으로 있는 식품성장추진실에 임원을 보강하면서 이 경영리더의 사업성과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19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에 양성호 경영리더가 이동하고 정유진 전략·기획(Strategy&Planning) 담당이 신규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양 경영리더는 지난해 10월 지주사 CJ에 영입된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 투자금융(IB) 전문가다. 이번 인사로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로 이동했다. 정 경영리더는 식품성장추진실에서 전략기획 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이번 인사로 임원에 올랐다.

그동안 식품성장추진실에는 이선호 경영리더를 제외하고 임원급 인사가 없었으나 이번 인사로 경영리더급 인사가 2명이 배치됐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직의 필요에 따라 임원급 인사 숫자가 유동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난해 성과를 인정받은 담당이 임원으로 승진했다”면서도 "다만 이 실장에게 힘을 싣기 위한 인사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선을 그엇다.

이 경영리더는 식품 해외사업의 호조세를 이어가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J제일제당은 강신호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다. 일각에서는 식품사업 전문가인 강 대표가 이 경영리더의 새로운 경영스승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CJ제일제당에서 식품사업부문장을 맡으며 CJ제일제당 해외식품사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CJ그룹 임원인사를 앞두고 이 경영리더의 승진 여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2023년 4분기 CJ제일제당의 식품 해외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섰기 때문이었다. 

다만 올해는 이재현 회장이 CJ제일제당의 전사적 실적부진을 반영해 임원인사의 폭을 최소화하는 등 이 경영리더에 대한 인사는 내지 않았다. 이 경영리더가 2021년 경영복귀 이후 고속승진한 점을 감안하면 숨고르기에 들어갈 필요도 있었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2022년 2월 신설됐다. 7대전략식품(만두·즉석밥·김치·치킨·김·K소스·롤) 등의 대형화를 담당하고 있다. 

이 경영리더는 2022년 10월 CJ그룹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 실장에 올라 글로벌 식품사업 전략기획·신사업 투자·사내벤처·외부 스타트업 협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경영자 교육프로그램의 교재에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 현황과 성장전략을 소개하거나 지난해 출범한 한식 셰프 육성프로그램 ‘퀴진케이’ 출범식에 나타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그룹 공채에서 신입사원으로 CJ제일제당에 입사해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한 뒤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팀을 거쳤다.

2021년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뒤, 식품전략기획1담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해마다 승진을 거듭해 왔다.
 

글로벌비즈니스담당을 맡은 2021년 9월에는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비비고’와 전미농구협회(NBA)의 LA레이커스의 마케팅 협업 계약에 기여했다.

식품전략기획1담당 시절에는 미국 슈완스와 CJ푸드 간 법인 통합, 식물성 식품사업 출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성장추진실 실장 또한 CJ제일제당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역할 확대를 서두를 필요는 없어보인다”며 “이선호 실장의 나이가 아직 젊은만큼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다”고 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