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임박했다.

보수 야권의 대선 주도권을 둘러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기존 윤 후보 캠프 인사들 사이 대립도 일단락되겠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김종인 모시기’ 딜레마, 선대위 구성 매듭지어도 갈등 불씨 남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번주 안으로 선대위 구성과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가장 첨예한 쟁점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부여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김 전 위원장은 캠프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선대위체제에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원톱’을 맡아야 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기존 윤 후보 캠프 인사들도 굴러온 돌에 밀려난 박힌 돌 신세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을 치를 때 일반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밀렸음에도 압도적 당원 지지를 얻어 후보로 선출된 데는 캠프 인사들이 조직력을 동원한 공로도 적지 않다. 치열한 싸움에서 피 흘리며 힘을 보탰는데 싸움 구경만 하던 사람이 이제 물러나라고 한다면 억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다소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선거의 귀재인 김 전 위원장을 홀대하는 것은 선거를 치르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참패해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을 맡아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큰 승리를 이끌어냈다.

게다가 김 전 위원장은 정책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학자, 경제관료 등을 거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고 ‘경제민주화’ 등의 의제를 꺼내며 자기가 몸담은 진영에서 정책선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기민하게 대처해왔다.

윤 후보가 경력 대부분을 검찰에서 보냈던 터라 이재명 후보와 비교했을 때 정책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에도 김 전 위원장이 적임자일 수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상왕’으로 군림할 것이란 우려는 윤 후보에게 적잖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현존하는 가장 노회한 정객인 김 전 위원장이 캠프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거꾸로 윤 후보가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이유로 경선 과정에서 힘을 모았던 캠프 인사들을 내치는 모양새가 된다면 윤 후보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 후보가 어느 한 쪽에 전적으로 힘을 싣기보다는 절충점을 찾아 김 전 위원장과 기존 캠프 인사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가령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해 형식상으로 원톱체제를 구성하되 기존 캠프 인사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공존은 미봉책이 될 공산이 크다. 언제라도 다시 타오를 수 있는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맡는 역할의 크기에 따라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지는 논공행상에서 얻게 될 전리품이 달라진다. 이는 대선 이후 권력 재편 과정에서 각자가 차지할 지분과도 결부된 문제다. 누구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한 ‘원톱’ 선대위체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내 총괄본부장 직재를 없애고 4~5개의 분야별 총괄본부를 중진급이 맡는 선대위 구성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실무를 총괄하는 ‘실세’인 총괄본부장이 없어지면 총괄선대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 애초 김 전 위원장이 바랐던 원톱체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과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전혀 협의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4본부장체제라든지 왔다 갔다 하는 말들과 조직도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