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플래그십(기함) 모델 EQ90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조만간 내놓는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최근 EQ900의 판매 하락에 따라 국내 고급차시장에서 독일 완성차기업에 밀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데 새 차량 출시를 자존심 회복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을 G90으로 바꿔 자존심 회복 별러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11월에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2015년 12월 EQ900을 시장에 내놓은지 3년 만이다.

외관과 실내 구성을 바꾸는 일반적 부분변경 방식과 달리 현대차 제네시스는 EQ900의 디자인뿐 아니라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까지 업그레이드해 거의 완전변경(풀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이름도 EQ900에서 G90으로 바꿨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애초 처음 차량을 시장에 선보일 때부터 G90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기존 기함모델인 에쿠스의 전통을 잇는다는 뜻에서 에쿠스의 영문 앞글자인 ‘EQ’를 사용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자 출범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EQ900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만큼 기존 제네시스 라인업 차량들인 G80, G70 등과 통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G90으로 개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EQ900 부분변경 모델이 제네시스의 판매량 반등을 견인할 것을 기대한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EQ900 출시 3년차인 2017년까지만 해도 EQ900 판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국내에서 2016년에 모두 2만3275대를 팔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2017년에도 1만2271대를 팔아 월간 평균 판매량 1천 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출시 4년차인 올해 성적표는 좋지 않다.

1~9월에 판매한 EQ900은 모두 6379대에 불과하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34.6% 빠졌다.

5월까지만 해도 월별 판매량 800~900대를 유지했지만 6월에 600대 수준으로 내려앉더니 8월과 9월에는 각각 405대, 328대 팔리는 데 그쳤다.

판매량이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면서 고급차시장에서 수입차와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EQ900의 경쟁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올해 매달 꾸준히 600~800대가량씩 팔리면서 6월부터 월별 판매량에서 EQ900을 넘어섰다.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을 G90으로 바꿔 자존심 회복 별러

▲ 3월 한 수입차 동호회에서 공개된 EQ900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스파이샷.


9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EQ900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780대 앞서고 있지만 현재 흐름대로라면 11월 판매량이 집계될 때 역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2016년만 해도 EQ900 판매량(2만3천여 대)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6천여 대)를 가뿐히 넘었던 것과 비교할 때 현대차 제네시스 기함 모델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가게 되는 셈이다.

기아차가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세단 K9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EQ900의 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아차는 1세대 K9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2세대 K9 출시에 공을 들여 올해 4월부터 ‘더K9’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월별 판매량이 1300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EQ900의 판매량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EQ900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차 출시 행사에 참석해 소개를 진행했을 정도로 현대차에서 상징성을 지닌 차량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 고급차시장에서 독일과 일본 등 주요 완성차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는데 안방시장에서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목표에 다가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는 EQ900이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차종인 만큼 커넥티비티(연결) 기술과 각종 첨단 지능형 안전기술을 탑재한 업그레이드형 EQ900을 통해 판매량 반등에 온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초부터 EQ900의 부분변경 모델 출시 소식이 전해진 탓에 새 모델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부분변경 모델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초기 인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