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업황 악화에도 1분기 실적 선방, 최윤호 ‘게임체인저’ 전고체배터리 사업화 가속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남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판도를 뒤집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업황 악화에도 비교적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하며,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최 사장은 ‘수익성 우위 질적성장’ 전략을 앞세워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왔는데,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남들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판도를 뒤집을 준비를 하고 있다. 

30일 삼성SDI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1309억 원, 영업이익 2674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29% 감소한 것이지만, 경쟁사들의 실적 부진 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이라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 원으로 전년 1분기보다 75.2% 축소됐다. SK온은 영업손실 3315억 원을 내며 적자 폭을 더 늘렸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 467억 원이 반영돼 있는데, 세제혜택을 제외하더라도 자체 영업 능력만으로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삼성SDI가 업황 악화 속에서도 배터리 3사 가운데 수익성을 지킨 것은 일반 전기차와 비교해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판매 비중이 높은 덕분이다. 업황 악화에도 출하량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다 프리미엄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수익성이 높다. 

또 공장 가동률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도 경쟁사들보다 덜한 편이다. 경쟁사들은 공격적 증설 기조에 따라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놓은 탓에 배터리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최 사장은 경쟁사들이 업황 악화 영향으로 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속도를 늦추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SDI의 투자 집행 계획에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뿐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관련 기술력 확보와 양산체제 구축을 위한 투자도 포함돼 있다. 

현재 삼성SDI는 배터리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란 기대를 받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로 꼽힌다. 

회사의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목표시점은 2027년으로 글로벌 주요 업체 가운데는 가장 빠르다. 일본 토요타는 2027~2028년에 전고체배터리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2027년을 목표시점으로 못 박은 삼성SDI보다는 목표치를 다소 느슨하게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SDI 업황 악화에도 1분기 실적 선방, 최윤호 ‘게임체인저’ 전고체배터리 사업화 가속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1월2일 삼성SDI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2024년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SDI>


삼성SDI는 지난해 전고체배터리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을 완공한 뒤 시제품을 만들어 완성차업체들을 비롯한 고객사에 공급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잠재 고객사들의 시제픔 공급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은 생산공법과 생산라인을 확정한 뒤 양산체제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 초기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초고가(슈퍼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전고체 배터리 수요가 더 늘어나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시현이 가능해지고, 기술력 보강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 공급 범위를 넓힌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전고체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ASB사업화추진팀을 지난해 말 중대형전지사업부 내 직속 조직으로 편성해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들보다 안정적 이익 흐름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강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생산능력 확대에는 보수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연구개발에는 배터리3사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해왔다. 

회사의 연도별 연구개발 비용을 보면 2022년 1조763억 원, 2023년 1조1363억 원으로 매년 1조 원을 넘겼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연구개발 비용은 2022년 8761억 원, 2023년 1조374억 원이었다. 

최 사장은 30일 실적설명 관련 배포 자료를 통해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도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2030년 글로벌 톱티어 회사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