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중국산 흑연 배제 어려워", 한국기업 IRA 유예 요청에 힘 실려

▲ SK온이 해외우려국가(FEOC)산 흑연을 IRA 규정에서 유예해 달라며 1월17일 미국 재무부에 제출한 의견서. <미국 연방규정 제개정 정보포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산 흑연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어렵다 보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용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조사업체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와 한국 배터리 3사는 중국산 흑연을 사용했을 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 관련 규정을 유예해 달라고 미 당국에 요청했는데 이러한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다. 

22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은 배터리 음극재에 주로 쓰이는 흑연이 미국 IRA상 해외우려단체(FEOC) 관련 규정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에너지부는 FEOC에서 추출·처리·재활용한 배터리 중요 광물을 사용하는 전기차에 2025년부터 IRA 세금 공제를 제외하는 내용의 세부 규정을 2023년 12월 발표했다. 

FEOC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개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중국산 흑연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다 보니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세액공제를 통해 전기차 보급을 늘린다는 정책 의미가 퇴색돼 예외로 둘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패스트마켓은 “2020년 이후 미국으로 출하되는 천연흑연 및 합성흑연 음극재는 거의 100% 중국산”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업체들도 중국과 합작회사를 꾸려 흑연을 확보하는 실정이라 중국의 지배력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IRA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중국산 흑연을 타국산으로 대체하는 과정 또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는 과도기 동안 미국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할 흑연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전망됐다. 

패스트마켓은 “2025년 미국 흑연 수요는 10만 톤을 상회할 것”이라며 “중국 외 지역에서 가져오는 흑연은 상용화 및 양산 과정에서 추가로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업체가 내놓은 분석은 한국 기업들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단기간에 중국 외 흑연 공급업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달라고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 등에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핵심 광물 가운데 10% 미만의 가치를 지닌 저가치 소재는 규정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SK온과 같은 경우 핵심 광물의 FEOC 규정 적용을 2025년 1월1일에서 2027년 1월1일로 2년 유예해 달라고 의견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FEOC 규정을 유예하거나 일부 광물을 제외하는 방식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마켓은 “FEOC 관련 규정은 북미 흑연 생산자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짚으며 한국 기업들뿐 아니라 미국 업체들 사이에서도 관련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