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및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이 단기 업황 부진을 뚫고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엔진사업은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내년부터 건설기계 시황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돼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불황 시름, 조영철 중대형 중심 수익성 확보 주력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및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22일 건설기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다소 주춤한 뒤 2025년에 실적 반등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573억 원, 영업이익 928억 원, 순이익 675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39.2%, 순이익은 39.9% 감소한 것이다. 

시장 기대치도 밑돌았다. 증권업계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매출 1조1886억 원, 영업이익 1046억 원, 순이익 805억 원을 거뒀을 것이라 추정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실적 목표를 매출 5조 원, 영업이익 4450억 원으로 정했는데 일각에서 달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인프라코어가 그동안 하반기에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줬던 점을 고려해도 올해 목표치 달성은 부담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에 관한 각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져도 성장은 명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건설기계시장은 상반기까지 단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에 따른 구매 지연이 발생했고 중동과 남미 지역에 물류 차질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전략인 중대형 제품 판매량을 늘려 제품믹스 효과를 높이고 판매가격 인상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HD현대인프라코어는 판매가격이 높은 대형·휠타입 판매비중이 2021년 56%에서 2023년 70%까지 증가했다.

이와 함께 북미와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경기 악화 영향이 큰 신흥시장을 두고는 판매채널 강화를 통해 건설기계시장이 반등할 2025년을 대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북미와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9% 하락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사장은 24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6년 만에 열리는 '인터마트 2024'에 참가해 유럽을 공략할 차세대 장비와 첨단 기술을 소개해 유럽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다. 

1분기 신흥시장 매출은 지난해 5476억 원에서 올해 4537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신흥시장에는 자원국이 포함되는데 채굴업체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정점을 찍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기계 업체들의 매출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선진시장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신흥시장에도 신경을 끌 수는 없다”며 “채굴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시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건설기계 불황 시름, 조영철 중대형 중심 수익성 확보 주력

▲ HD현대인프라코어가 2023년 3월 출시한 신규 브랜드 디벨론. < HD현대인프라코어 >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3년 6월 인도네시아 부품공급센터(PDC) 부품센터를 개소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 멕시코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라틴아메리카 지역 시장 점유율도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조 사장은 HD현대건설기계와 2025년부터 통합플랫폼 제품을 출시한다. 건설장비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도 노린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건설기계 판매량은 51만7천 대 수준으로 지난 3년 감소 추세에 마침표를 찍은 뒤 2025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71만7천 대, 2022년 63만9천 대, 2023년 55만1천 대 판매량을 보였다. 2025년에는 52만9천 대, 2026년 59만5천 대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계 업황 악화에도 HD현대인프라코어가 실적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엔진사업부가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진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3093억 원, 영업이익 470억 원을 거둬 처음으로 건설기계사업부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건설기계 사업부문은 매출 8481억 원, 영업이익 458억 원을 올렸다.

엔진사업부 산업용, 발전기용, 방산용(K2전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올라오면서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엔진사업부의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480억 원, 2022년 1260억 원, 2023년 1520억 원을 거뒀다. 올해는 18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생산하는 엔진은 데이터센터, 마이크로그리드 북미·중동 지역 건설 인프라 투자와 연계된 발전기용 등으로 쓰인다. 

조 사장은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 2023년 경영실적 발표와 함께 대대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590억 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220억 원 현금배당으로 총 규모는 810억 원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8월5일까지 56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8월6일 전량 소각한다. 2024~2026년 사업연도에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30% 이상(미실현 손익 및 일회성 비경상 손익 제외)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을 정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대기에 따라 고객이 구매를 늦추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잠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판단되고 하반기 건설기계 장비 구매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 이행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