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4남매 갈등’ 무한반복, 장녀 뜻에 따라 경영권 오락가락 대혼선

▲ 아워홈 장남과 막내딸의 경영권 분쟁이 또 일어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워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비정상적인 흐름으로 반복되고 있다.

아워홈 지분은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들에게 고르게 분포돼 있는데 그 누구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 상황에 취약하다.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 1남3녀 사이의 갈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녀인 구미현씨의 의중에 따라 아워홈의 경영권이 쉽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여겨진다.

19일 비즈니스포스츠 취재 결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17일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아워홈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워홈에서는 애초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아워홈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데다 경영권을 놓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구지은 부회장의 맏언니인 구미현씨가 큰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구지은 부회장을 사내이사에서 퇴출했다. 구 부회장은 6월3일로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대신 구미현씨와 구미현씨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아워홈 사내이사로 진입하게 됐다. 이는 구미현씨가 주총에 스스로 올린 안건이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주총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워홈이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이례적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다름 아닌 지배구조 탓이다.

아워홈의 지분은 구자학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인 구미현씨 19.28%, 2녀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0%, 3녀인 구지은 부회장 20.6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98%지만 그 누구도 확실한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기는 힘든 구조다. 남매 사이의 생각이 달라지면 표대결을 하게 되는데 네 남매가 어떻게 연합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180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 ‘4남매 갈등’ 무한반복, 장녀 뜻에 따라 경영권 오락가락 대혼선

▲ 사진은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구본성 아워홈 전 대표이사 부회장.

이번 주총도 마찬가지였다.

구지은 부회장은 애초 주총을 앞두고 3년 전 언니들과 맺은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주주간계약’을 굳게 믿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계약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는데 구미현씨와 구명진 전 대표, 구지은 부회장 등 세 자매가 2021년 4월 이후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한 것이 뼈대다.

만약 이를 위반하는 주주는 위반하지 않은 주주에게 한 명당 300억 원씩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했다.

확고한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이 계약이 그대로 이행되지 않은 모양새다. 구미현씨가 위약벌 지급을 감수하면서까지 의결권 단독 행사를 결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지은 부회장이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소집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누구든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아버린 상황에서 임시 주총을 다시 연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반전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아워홈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이런 경영권 분쟁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 남매 갈등의 본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딸인 구지은 부회장의 갈등이다. 이 갈등에 장녀인 구미현씨가 이리붙었다 저리붙었다 하는 것이 아워홈을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자학 창업주의 네 자녀 가운데 경영에 참여한 인물은 구 부회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구본성 부회장이 2015년 LG그룹의 ‘장자승계’ 전통을 이유로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6년 회사 등기이사에서 해임됐고 관계회사인 캘리스코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지은 부회장은 이후 여러 차례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맏언니인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선 탓에 아워홈으로 복귀할 수 없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논란에 휩싸이면서부터다. 구지은 부회장은 항상 오빠편을 들었던 구미현씨를 설득하는 데 성공해 구본성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에서 해임하고 2021년 6월 아워홈에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씨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아워홈 지분 60%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구지은·구명진·구미현씨의 연합전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 경영권 분쟁으로 볼 만한 결정적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17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결국 세 자매의 연합이 확실하게 무너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앞으로도 아워홈은 구미현씨의 의중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여태껏 반복된 여러 차례의 남매 갈등을 보면 구미현씨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갈렸다.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붙으면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겼고, 구명진·구지은 연합에 붙으면 세 자매가 이겼다.

현 시점에서 보면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나중에 판단을 뒤집으면 아워홈 경영체제는 다시 구지은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