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키움증권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났으나 키움증권을 제외한 주요 증권사들은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이 잡혀 기대만큼 실적이 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해도 증권사는 부동산PF에 발목 잡혀, 키움증권은 웃는다

▲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키움증권이 실적 선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1천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0%, 1년 전보다 20% 늘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은 1월17일 처음 소개됐고 2월26일 개략적 방안이 발표됐다. 

이에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1월 평균 50조7천억 원(12월 대비 3.8% 감소)에서 2월 평균 54조3천억 원(1월 대비 7.1% 증가)으로 늘었다.

통상적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9395억 원으로 시장전망치(9016억 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전날 보고서에서 증권업종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높이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자본시장의 수급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향후 이익 개선 기대감이 증권업종 가치평가 수준을 지지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초대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부동산PF에 발목이 잡혀있어 1분기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증권업계가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했으나 현재까지도 부동산업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신용평가업계는 증권사들에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지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총 30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본PF 19조5천억 원, 브릿지론 10조6천억 원 등이다.

이 가운데 고위험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4조8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포함한 부동산PF 전체 추정 손실 규모는 4조6천억 원~7조6천억 원이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해도 증권사는 부동산PF에 발목 잡혀, 키움증권은 웃는다

▲ 3월 초 S&P글로벌은 국내 증권업계 1,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낮췄다.


부동산PF 대부분은 증권업계 상위권인 초대형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지난달 초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S&P글로벌은 “부동산업황 악화로 한국 증권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앞으로 1~2년 동안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초대형 증권사들이 주춤하는 가운데 당분간 키움증권이 실적 선두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국내 위탁매매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 1위로 증시거래대금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보는 증권사다. 반면 부동산PF 익스포저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증권이 추정한 1분기 증권사의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전망치를 보면 키움증권(2094억 원)이 가장 많고 삼성증권(1848억 원), 한국투자증권(1756억 원), NH투자증권(1706억 원), 미래에셋증권(1637억 원)이 뒤를 잇는다.

다올투자증권이 제시한 순위도 키움증권(1910억 원), 한국투자증권(1710억 원), NH투자증권(1580억 원), 삼성증권(1310억 원), 미래에셋증권(1210억 원)으로 키움증권이 가장 많았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순손실 1910억 원을 봤는데 흑자 전환을 하는 동시에 올해 1분기 순이익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키움증권은 이에 따라 주가 기대감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을 증권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며 “부동산PF 우려가 가장 적고 증시 거래대금 증가세에 따른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