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여소야대 2막] '국민제안 1위' 올랐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물 건너가나

▲ 대형마트업계의 숙원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제22대 국회에서도 처리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숙원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를 없애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만 하는데 이 규제를 푸는 데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가기 때문이다.

다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과 평일 가운데 언제로 정하느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권한이 있어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사례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 정책이 결국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에 공을 들였다.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국민제안’이라는 형식으로 규제 개혁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당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1순위에 꼽힌 제도가 바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였다.

비록 이 국민제안은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중복투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에도 계속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위해 노력했다.

정부는 1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서도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의무휴업일을 폐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추진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이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소야대’ 구도 때문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 폐지와 관련해 부정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한 법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만 의무휴업일 지정을 폐지할 수 있는데 이는 국회의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문제는 22대 국회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의무휴업일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모두 192석을 얻었다. 국회 산하 각 상임위원회의 3분의 2가량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유통산업발전법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설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넘는다 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만 비로소 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중점 과제가 추진될 동력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폐지와 관련해 검토 가능한 사안도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월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은 과거부터 반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동의하거나 검토해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별개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기존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꿀 수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한다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정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해놨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사례는 많다. 대구시를 시작으로 청주시와 서울 서초구 등이 이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시행했으며 부산시도 이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한 규제를 사실상 완화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2022년 6월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5곳에서 승리했으며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145곳에서 이겼다. 각 지방자치단체 의회 역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많아서 조례 개정을 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폐지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이 오래 전부터 기대했던 규제 개선 사안이다.

통상 공휴일에 하는 영업은 평일에 하는 영업보다 매출 측면에서 1.5배에서 많게는 2배가량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공휴일에 문을 닫게 되면 그만큼 매출에서 손해를 본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