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E&A가 지난해 수주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여파가 올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은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 만회에 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E&A 올해는 수주목표 향한 출발 좋다, 남궁홍 해외 예상 수주물량 가득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를 중심으로 수주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


이미 8조 원 규모의 사우디 초대형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데다 남아 있는 해외 수주 예상 물량도 많아 올해 수주가 향후 실적 반등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E&A는 2024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023년 1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E&A가 2024년 1분기에 매출 2조2863억 원, 영업이익 182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것이다. 유안타증권이 발표한 시장전망치(컨센서스)와 비교하면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7.7% 낮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11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E&A가 1분기 19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23년 1분기보다 12.6%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적 후퇴의 핵심 원인으로는 2023년 화공부문 수주 부진을 들었다.

김 연구원은 “멕시코 DBNR, 말레이시아 사라왁 등 주요 현장 공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2023년 신규 수주 부진으로 화공부문 매출액 8.4% 감소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삼성E&A는 2023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주 성적을 거뒀다.

삼성E&A는 2023년 수주 목표로 12조 원을 설정했으나 실제로는 8조7913억 원을 수주했다. 이는 연초 제시한 목표 금액의 73.3% 수준이며 2022년 수주 금액과 비교해도 14.1% 감소한 것이다.

특히 화공부문의 수주 부진이 이목을 끌었다. 2023년 화공부문 신규 수주는 1조455억 원으로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약간 넘겼다.

신규 수주 부진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주잔고에도 타격을 입혔다. 삼성E&A의 2023년 12월 기준 수주잔고는 12조4905억 원으로 2022년 12월과 비교해 6% 감소했다.

남궁 사장은 해외 수주에 주력하며 지난해 수주 아쉬움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E&A는 가까운 시일 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파딜리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패키지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2번 프로그램을 수주한 GS건설은 이미 15일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아시아 일본 법인과 수주 계약을 맺었다.

삼성E&A는 파딜리 가스 플랜트를 증설 사업 가운데 가스 처리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1번 공사와 유틸리티 및 부대 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4번 공사를 맡았다.

계약금액은 사우비아라비아 법인을 포함해 약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삼성E&A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이자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에 성공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파딜리 가스 플랜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동쪽으로 360㎞ 떨어진 쥬베일 산업단지 안에 있는 가스 정제 시설로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뒤 하루에 25억 세제곱피트(ft³)의 가스를 처리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파딜리 가스플랜트의 하루 가스 처리량은 38억 세제곱피트까지 늘어난다.
 
삼성E&A 올해는 수주목표 향한 출발 좋다, 남궁홍 해외 예상 수주물량 가득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왼쪽 두 번째)이 2일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아람코 플라자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E&A >


남궁 사장은 파딜리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만으로 이미 해외 수주 목표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삼성E&A는 2024년 해외 수주 목표로 6조 원을 설정한 바 있다.

삼성E&A는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 외에도 올해 상반기에만 인도네시아 TT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포함해 석유화학 부문 60억 달러(약 8조 원), 사우디아라비아 SAN6 블루 암모니아 등 에너지 전환 부문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예상 수주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는 OGP(Onshore Gas Plant for Rosmari Marjoram)에 더해 사우디 알루자인 PDH/PP, 말레이시아 H2비스커스 프로젝트를 모두 합쳐 9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가 삼성E&A를 기다리고 있다.

예상 수주 물량을 모두 합치면 약 225억 달러(약 31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만 수주하더라도 연간 수주목표인 12조 원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건설 공사 발주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윤석 연구원은 17일 ‘건설의 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동 지역 발주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라아비아 왕세자의 왕위 계승 정당화를 위해 본격화될 사우디 비전 2030 개혁, 중동 패권 경쟁 심화, 산유국들의 탈석유화 정책 등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동 지역 건설 공사 발주가 신속하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삼성E&A가 2003년 사우디 첫 진출 이래로 축적한 지역 경험에 더해 아람코와 파트너십을 살린다면 중동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E&A가 주택사업이 아니라 플랜트 설계·조달·공사(EPC)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삼성E&A의 실적 향상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장 연구원은 “삼성E&A는 국내 건설업종의 주요 우려 요인인 높아진 주택 사업 원가율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 문제에서 자유롭다”라며 “중장기 중동 발주 사이클과 친환경 시장 확대 흐름에서 구조적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상대적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E&A가 2024년 매출로 10조4312억 원, 영업이익 774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22% 줄어드는 것이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