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국힘 참패로 동력 잃은 ‘메가 서울론’, 불씨 살아날 가능성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3일 경기 김포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총선에서 승리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이끌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추진 동력을 상실하며 김포를 비롯해 수도권 도시의 서울편입 프로젝트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에서 추진했던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던 경기 김포, 구리, 하남, 광명, 부천 등 14개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한 명도 당선되지 않았다. 

경기 김포·구리·하남은 지난해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 편입을 명시해 발의한 특별법(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된 곳이고 고양·광명·부천 등은 총선 과정에서 서울 편입 논의가 나왔던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6일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추진을 논의할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출범한 뒤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워 ‘메가시티 법안’을 제출해 수도권 공략 전략으로 삼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정부 여당이 ‘서울 편입’을 추진했음에도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 다시 당선인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주민들이 서울 편입보단 ‘정권 심판’에 더 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메가시티 서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제22대 총선의 수도권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메가 서울 추진을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수도권 전체 의석의 84%가 야권의 승리로 끝난 것에 수도권 메가시티에 대한 시민과 도민의 엄중한 평가가 담겼다”며 “국회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했는데 입법권이 없는 서울시와 인접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인접한 지자체와 구성한 공동연구반을 하루빨리 해체하고 메가서울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공동연구반은 지난해 11월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만나 구성한 것으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 때의 효과와 영향을 살펴보는 심층 연구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구리시 등도 공동연구반 회의를 4차까지 진행해오고 있다. 

다만 서울 편입 이슈가 국민의힘 패배로 동력을 잃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국민의힘 지지세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22대 총선 국힘 참패로 동력 잃은 ‘메가 서울론’, 불씨 살아날 가능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미애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하남갑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불과 1199표 차로 이용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행정상 편의 등으로 서울 편입의 효용성이 상대적으로 큰 ‘위례신도시’에서는 이 후보가 8375표를 얻어 7561표를 얻은 추 후보를 앞섰다.

선거구 대부분이 신도시로 이루어져 30·40세대의 비중이 높아 진보세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하남을에서도 이창근 국민의힘 후보가 43.7%의 득표율을 얻어 그가 내세웠던 ‘서울 편입’이 유권자들의 상당한 관심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포갑과 구리에서는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후보들간 리턴매치가 있었다. 김포갑에서 박진호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총선보다 7.2%포인트 더 득표했고 구리에서는 나태근 국민의힘 후보가 3.9%포인트 더 얻었다. 

그럼에도 ‘메가시티’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루는 것은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편입’을 추진하자 지난해 11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며 “결국 제주도 빼고 전부 서울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수도권 메가시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 참패로 국민의힘이 ‘메가 시티’를 강하게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온 행정구역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이달 안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2024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행정구역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4월 중 설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행정체계 개편위원회는 ‘메가 서울’ 구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방자치법상 광역시는 그 안에 자치구와 군을 둘 수 있지만 특별시는 자치구만 둘 수 있어 서울 인접 지자체들이 편입때 시 형태를 유지하려면 법에 명시된 지자체 행정구역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 편입 의사를 드러낸 지자체들과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편입을 요청해온 지자체와는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고 말했다.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그 문턱은 전보다 더 높아졌다. 행정구역을 개편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메가 시티’를 총선용 공약으로 규정해놓았기 때문에 통과에 난관이 예상된다. 다만 향후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거나 차기 지방선거 혹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게 되면 다시 한 번 ‘메가 시티’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향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더불어 지지율 반전을 위해 드라이브를 다시 건다면 또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