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에 첨단 패키징 설비도 투자, TSMC와 AI 반도체 수주 본격 경쟁

▲ 삼성전자가 미국에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TSMC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며 첨단 패키징 생산설비도 신설하기로 한 점을 두고 외국언론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미세공정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을 모두 공급하는 기업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고객사들에 주목받으며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삼성전자가 새로 발표한 투자 계획에는 첨단 패키징 설비가 포함됐다”며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춰내는 데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설하는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 안팎에서 400억 달러(약 56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파운드리 공장을 모두 2곳으로 늘리며 연구개발(R&D) 센터 및 첨단 패키징 설비도 건설한다.

상무부는 이에 맞춰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9조 원)의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은 여러 종류의 시스템반도체와 HBM(고대역) D램 등 메모리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는 특히 성능 경쟁력이 중요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대만 TSMC가 현재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독점하는 배경도 미세공정 기술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삼성전자 미국에 첨단 패키징 설비도 투자, TSMC와 AI 반도체 수주 본격 경쟁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 <반도체산업협회>

삼성전자가 미국에 신설하는 반도체 패키징 설비는 TSMC와 유사한 2.5D 패키징 기술과 HBM 패키징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삼성전자의 계획대로 미국에서 첨단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패키징 설비가 모두 가동을 시작한다면 인공지능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핵심 공정이 대부분 갖춰지는 셈이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지만 패키징 시설 투자에는 비교적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공장에서 위탁생산한 반도체를 대만 등 아시아에 위치한 공장으로 옮겨 패키징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비용이나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 및 패키징 설비를 모두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고객사 제품을 수주하는 데 상대적으로 이점을 안게 되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와 인텔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고객사들에 수직계열화된 생산 공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에 HBM 메모리와 관련된 패키징 설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및 TSMC와 협업이 목적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미국 반도체 패키징 설비를 통해 현지 고객사 수주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결국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2.5D 수준의 패키징 기술을 완전한 3차원(3D) 기술까지 발전시키는 데 기술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3D 패키징 관련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어떤 기업이 승기를 잡는지가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모든 주요 공정을 제공한다는 점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며 TSMC와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
 
삼성전자 미국에 첨단 패키징 설비도 투자, TSMC와 AI 반도체 수주 본격 경쟁

▲ 삼성전자의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우측) 안내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