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여소야대 2막] 부동산 정책 표류하나, 재건축·공시가격 규제 완화 불투명

▲ 제22대 국회에서도 과반을 넘는 거대 야당이 자리를 잡게 됨에 따라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들이 안개 속에 빠졌다. <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여소야대’ 구도가 제22대 국회에서 더 선명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재건축부담금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등의 정책은 5월30일부터 시작될 다음 국회에서 제 궤도에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철도지하화나 광역교통망 구축 등은 정부·여당과 함께 거대 야당 역시 공약으로 내건 만큼 정책 마련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16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밀고 있는 부동산 관련 정책 가운데 입법이 수반돼야 하는 정책들은 총선 결과에 따라 제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대표적 정책으로는 재건축 문턱을 대폭 낮춰 사업기간을 최대 3년까지 줄일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꼽힌다.

정부는 1월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 대책)에서 준공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한데 정부 정책에 따르면 안전진단 이전에도 정비사업 착수가 가능하고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또 노후도가 높은 아파트의 재건축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한다. 사업주체 구성 속도도 높이기 위해 사업추진위원회 구성 가능 시점을 정비구역 지정 완료 이전까지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가운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노후도 요건 완화’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제22대 총선에서 국회 의석 절반을 훌쩍 넘는 175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셈이다.

양당의 부동산 관련 총선 공약을 보면 국민의힘이 도심복합개발 및 재건축·재개발 등의 규제 완화에 힘을 실은 반면 민주당은 기본주택 100만 세대 공급이라는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의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분양·임대형 공공주택이다.

물론 민주당도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은 하나의 방향 속에서 꾸준히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절차 간소화, 권한 지방 위임, 용적률 500%까지 상향 가능한 4종 주거지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1기 신도시의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건축부담금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등 정부를 중심으로 주택 관련 자금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다른 정책들은 제22대 국회에서 추진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건축부담금 제도)는 주택가격 급등을 막고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재건축 준공 때까지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개발비용 및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기준을 넘으면 일정 부문을 환수하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관련 법(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 3월2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일부 완화됐다. 조합원 1인당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이 3천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높아졌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구간 단위도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넓어졌다.
 
[여소야대 2막] 부동산 정책 표류하나, 재건축·공시가격 규제 완화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도시주택 공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본 투표를 이틀 앞둔 8일 열린 ‘도시주택 공급 점검회의’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기준 인상 등을 통해 재건축 추진 물량이 늘어났다며 “잘못된 규제를 완전히 걷어내고 주택공급이 최대한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앞서 3월25일 성태윤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놓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정부의 기본적 기조는 일관된 것으로 읽힌다.

이 제도 역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추가 완화나 폐지가 가능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제도인 만큼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5월 통과된 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됐고 2018년 1월 문재인 정부 시절 다시 시행됐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는 정부와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 대립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부동산공시법(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 시세를 얼마나 반영할지 목표를 정하고 시세의 90%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법제화했다.

윤 대통령은 3월19일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국토교통부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22년 6월부터 이 로드맵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 로드맵 수립 이전 수준인 69%의 현실화율을 적용했다.

로드맵을 완전히 폐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도 로드맵 수립 이전 수준의 현실화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법 개정 전까지 임시방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움직임을 놓고 민주당은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법제화를 이번 총선 공약에도 포함했다.

이 밖에도 법률의 변화가 필요한 임대차3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신고제 등) 개정,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 등은 정부의 의지에도 야당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은 정책으로 꼽힌다.

법무법인율촌은 ‘총선 이후 정책방향 및 입법환경’ 보고서에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신속한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이 추진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재건축부담금 폐지, 윤 대통령이 약속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 등은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여소야대 2막] 부동산 정책 표류하나, 재건축·공시가격 규제 완화 불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


양당 및 정부가 모두 공통으로 힘을 싣고 있는 철도 지하화, 광역교통망 구축 등 교통 관련 정책들은 총선 국면이 끝난 뒤 더욱 실행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철도·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시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지하화와 연계한 상부개발, GTX의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및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 개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구도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고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의 통합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와 함께 GTX-A 민자 구간인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한 정부의 GTX 추진 계획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공약을 세우고 있다.

법무법인태평양은 ‘총선결과 분석 및 주요 분야 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공통 공약으로 협조 가능성이 높은 정책 가운데 하나로 ‘철도 지하화 및 GTX 건설’을 꼽고 “추진 때 서로 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아 순조롭게 정책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