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티빙과 웨이브가 4개월째 합병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서면 과감한 결정을 해온 만큼 웨이브와의 합병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프로야구 중계 효과 보고 있는 티빙, 최주희 웨이브와 합병 이어갈까

▲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웨이브와 합병에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15일 콘텐츠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2월5일 서비스 통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두 토종 OTT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업무협약 체결 이후 합병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 티빙과 웨이브가 합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하는 데 있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업무협약 체결 당시와 가장 달라진 점은 티빙이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을 따냈다는 것이다.

티빙은 업무협약 체결 한 달 후인 올해 1월8일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3월에는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티빙은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부터 크고 작은 논란을 만들어 내며 야구팬들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중계와 관련된 논란은 크게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 초반 워낙 많은 문제들이 있어서인지 지금 프로야구 중계에 모든 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티빙으로서는 프로야구 중계 외에 다른 것들에 신경쓸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1350억 원을 투자했다. 연평균 450억 원으로 기존 계약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티빙이 최근 2년 동안 3천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프로야구 중계는 광고요금제와 함께 최 대표가 직접 결정한 사업이기도 하다. 최 대표로서도 프로야구 중계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중계 효과 보고 있는 티빙, 최주희 웨이브와 합병 이어갈까

▲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와 일간활성이용자 수(DAU)가 증가한 것에 대해 프로야구 중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많다. <티빙>


프로야구 중계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올해 3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691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2월과 비교해 4.5%가 증가한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에 올라있는 넷플릭스는 1173만 명을 기록하며 6.3%가 줄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만 제외하고 경기가 진행된다. 올해 1분기 티빙 일간활성이용자 수(DAU)는 지난해 평균 DAU와 비교해 22.5%가 증가했다.

티빙의 MAU와 DAU가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프로야구 중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현재 프로야구 중계가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5월부터 유료 중계가 시작돼봐야 실제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티빙 유료 가입자 수가 넷플릭스의 70% 수준까지 따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해 안에는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료 가입자 수 500만 명은 티빙이 수년 전부터 목표로 했던 수치다. 최 대표도 올해 2월 열린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안에 유료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광고요금제와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영업손실 1420억 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폭이 커진 티빙 입장에서 손익분기점 달성은 의미있는 성과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오기 전만 해도 티빙과 웨이브 모두 상황이 좋지 않았다. 티빙과 웨이브 모두 적자폭이 커지고 있었고 유료가입자 수를 늘리기도 쉽지 않았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해 넷플릭스라는 1위 플랫폼에 대항해 보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는 티빙이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듯한 모양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유료 가입자 수를 크게 늘린다면 합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반대로 5월에 프로야구 유료 중계 전환 이후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합병이 다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대표가 취임 이후 워낙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합병에 있어서도 티빙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빠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