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광업공단 '공급망 안보' 역할 막중, 재무구조 악화에 경영평가 고전 예상

황규연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왼쪽 네 번째)이 2023년 7월3일 강원도 원주 한국광해광업공단 본사 사옥에서 열린 비상경영체제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비즈니스포스트] 자원 안보 시대를 맞아 희귀 광물 비축을 맡게 되며 역할이 커진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지난해 재무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같이 재무성과를 중점적으로 반영한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경영평가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높은 등급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본잠식에 빠졌던 핵심 원인인 멕시코 볼레오 광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알리오에 올라온 광해광업공단 임원 국외출장 내역에 따르면 권순진 한국광해광업공단 광물자원본부장은 3월25일부터 4월1일까지 볼레오 광산 잠재 매수자의 사전 질의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 경영진 프레젠테이션 등 잠재 매수자의 현장 실사를 지원하기 위해 멕시코로 출장을 갔다 왔다.

앞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운영사인 MMB의 지분 30%를 매입하며 볼레오 광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후 지분을 계속 늘려왔으며 현재 7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이 지난해 1월 알리오에 올린 한국광해광업공단 구분회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22년 볼레오 광산 사업은 95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투자한 해외 사업 가운데 가장 큰 영업손실이었다.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과 그에 따른 실패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본잠식까지도 불러왔다. 광해광업공단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자산 5조4698억 원, 부채 8조120억 원으로 약 2조5422억 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발표된 2022년 경영평가에서도 재무 예산관리 부문에서 우려 섞인 평가를 받았다.

알리오에 공시된 2022년도 경영평가 지적 사항을 살펴보면 △리스크관리위원회 역할 및 활동성 강화 △차별화된 다각적 자금조달 방안 마련 △중장기 재무 관리계획과 실적 사이 괴리, 적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 강화 △ 재무 예산관리 성과평가 및 환류 계획의 구체적인 추진 내용 제시 등이 지적됐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임직원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하기도 했다.

광해광업공단은 경영평가에서 지적받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2022년도 경영평가 조치 결과에 따르면 광해광업공단은 리스크관리위원회 외부 위원 구성 비율을 높이는 한편 외부 위원 참석 의무 강화 및 대면 심의를 원칙으로 삼아 운영의 효율성도 높였다.

아울러 매각 대금 회수, 차입처(외환) 다변화로 자금조달 위험성을 분산했다. 중장기 재무 모델을 활용한 시나리오 분석도 실시했다. 재무 예산관리 성과평가 및 환류 계획에 구체적인 추진 내용도 담았다.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4대 추진과제로 △사업 실적개선을 통한 당기순이익 달성 △부실사업의 신속한 매각 추진 △예산절감·수익창출을 통한 재정자립 △고금리 시대 자금유동성 확보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

황규연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2023년 7월3일 원주 본사 사옥에서 열린 비상경영체제 선포식에서 “해외자산의 적기 공정가치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과 고강도 자구노력이 불가피하다”라며 “재무 건전성 제고와 함께 자원산업 전주기 공공서비스 품질을 강화해 국가 자원 안보와 광산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신뢰 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광해광업공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가 2022년보다 더 악화했다는 점이다.
 
광해광업공단 '공급망 안보' 역할 막중, 재무구조 악화에 경영평가 고전 예상

▲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023년도 재무상태는 2022년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월28일 알리오에 올린 2023년도 기말 회게 및 결산 재무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광해광업공단 매출은 1조1163억 원, 영업손실은 1042억 원, 순손실은 3120억 원이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17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68억 원, 2939억 원 감소했다. 순손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차입금 및 사채 이자 비용으로 2743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 주요 사업 생산 부진 및 이자 비용 등에 따라 순손실 3120억 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잠식 규모도 커졌다. 2022년 기준으로 2조2545억 원이던 자본잠식 규모는 2023년 2조5422억 원으로 약 12.8% 증가했다.

감사에서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투자사업 배당금 관련 회계처리 미흡과 세금 납부 업무처리 부주의도 지적됐다.

감사실은 투자사업 배당금 관련 회계처리 미흡과 관련해 “자원 재생은 2023년 배당 관련 회계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결론적으로 자원 재생 투자 주식이 배당 금액(약 7억 원) 만큼 과대 계상되고 단기미수금(배당) 약 6억6천만 원과 관련 세금 4천만 원이 과소 계상됐다”라며 “공단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와 주석 사항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원 재생 배당 또한 관련 회계처리를 하였음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세금 납부 업무처리 부주의를 놓고는 “해외파견자의 급여를 잘못 제외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발견됐다”라며 “파견 기간을 잘못 입력하여 급여에서 제외될 금액이 음수(-)로 나타나 결론적으로 과세표준이 높아지고 공단이 주민세를 과다하게 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단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업무처리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재무성과를 중시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다 감사에서 재무업무 관련 지적을 받은 광해광업공단으로서는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는 재무성과 비중이 높아진 2022년도 경영평가 배점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도 경영평가를 준비하며 재무관리 항목과 업무효율 항목을 재무성과관리 항목으로 통합하고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늘린 바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경영평가와 관련해 “지금은 계량평가와 현장실사를 다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한 해 농사이다 보니 평가단 요구를 반영하고 지난해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