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총선 결과와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대형 이벤트가 투자심리를 연달아 악화하면서 코스피가 조정구간에 접어들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의 총선 패배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밸류업 동력 약화에 인플레이션 충격까지, '설상가상' 코스피 믿을 건 실적주

▲ 총선 다음날인 11일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상승 전환해 간신히 2700선을 지켰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스타트를 끊은 1분기 실적시즌과 향후 실적 개선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0포인트(0.07%) 소폭 상승한 2706.9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660선에서 급락 출발했지만 꾸준히 하락폭을 좁히더니 장중 상승 전환해 2700선 위에서 장을 마쳤다.

이번주 진행된 2가지 대형 이벤트가 국내증시 투자심리를 악화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월 들어 투자자들은 국내 총선과 미국 CPI 결과를 기다렸다. 이에 따라 4월 코스피에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숨을 고르는 관망세가 짙게 나타났다. 

다만 대형 이벤트의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코스피지수가 조정구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실시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범야권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에 시장은 윤석열정부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약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동력 상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결과에 따라 밸류업 정책 관련 단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데 입을 모은다. 다만 총선결과가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월말부터 정책동력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돼 왔던데다 양당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사안들도 여럿 존재하는 만큼 증시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21대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투자심리, 업종, 종목흐름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투세 도입우려는 남아있겠지만 이번 총선 결과가 밸류업의 연속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며 "밸류업 정책의 본질은 낮은 주주환원 문제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고 이는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저주가순자산배율(PBR) 관련주로 분류됐던 현대차(5.70%), 기아(3.43%) 주가가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금융주도 장중 하락폭을 좁혀 1%대 약세로 장을 마쳤다. 5월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 등 정책 모멘텀이 아직 남아있는 점도 주가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동력 약화에 인플레이션 충격까지, '설상가상' 코스피 믿을 건 실적주

▲ 현지시각으로 10일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물가지표 충격에 약세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늦춰지면서 주요국 증시가 단기 조정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국내증시 불안요소로 꼽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후퇴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은 3월에 연준의 첫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첫 금리인하 시점이 6월, 7월에 이어 9월까지 밀리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수정하고 연내 금리인하 횟수도 3월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한다"며 연준의 첫 인하시점 지연으로 글로벌 증시의 단기 조정구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분기 코스피지수가 빠르게 올라 2년 만에 2700선에 안착한 가운데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실현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본격화하고 있는 1분기 기업 실적시즌과 향후 실적개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호실적으로 스타트를 끊으면서 1분기 기업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4월 초순 수출지표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향후 실적개선 기대감을 키웠다. 

반도체 수출은 4월1~10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5개월째 두 자릿수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밖에도 2개월 연속 줄어들었던 자동차 수출이 이달 초순 8.6%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영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시즌이 순조롭게 시작하면서 이익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향후 변동성 확대과정에서 나타날 기간 조정을 이용해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와 낙폭이 큰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