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에 개발도상국 재무 지원 필요성도 부각, "세계은행 역할 중요"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수장이 세계은행이 기후재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은행이 관련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로이터 등 주요 외신과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은행이 기후재무 분야에서 큰 도약(quantum leap)을 감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재무 분야의 노력을 강조했다.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 지원금, 저금리 국가신용대출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계은행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선진국들이 마련하기로 합의한 1천억 달러(약 136조 원) 규모 기후기금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스티엘 총장은 "재정이 바닥나고 부채 상환 비용이 의료 지출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나 기후 적응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은행과 같은 기관이 이러한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해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가오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기후재정 마련을 목표로 잡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기후금융 지원 체계에도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금 조달 수단의 예시로 국제해사기구(IMO)가 최근 합의한 선박 탄소세 등 제도가 언급됐다. 국제해사기구는 2027년부터 전 세계 선박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비례해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의했다.

탄소 배출자가 지출한 비용을 기후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에 지원하도록 하는 셈이다.

가디언은 스티엘 총장의 발언에 기후대응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올해 3월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10개월 연속으로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스티엘 총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막는 것은 기후대응에 있어 핵심”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 미흡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를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구조를 모두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내놓는 새롭고 대담한 기후 대책들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지표를 개선해 전반적으로 모든 국가들의 경제 수준을 더 높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는 식량 안보를 보장해 기아도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저탄소경제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를 감축하면 환경오염도 줄어 이에 따른 국민 의료비 감소와 가계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도 예상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른 시일에 열리는 세계은행과 각국 정부간 통합 회의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다.

스티엘 총장은 “기후재무 분야에서 큰 도약이 있어야 많은 국가들이 새롭고 강력한 기후 대응 계획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제 개발은행들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저금리에 기후대응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는 개발은행들은 대체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은 산하에 국제개발협회(IDA)를 두고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출 가능 자금이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이 IDA 후원금 규모를 축소한 영향을 받았다.

스티엘 총장은 “모든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기후재무 마련을 위한 기회가 찾아왔는데 아무런 실제 대안 없이 말뿐인 대응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참여국들은 기후재무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