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유와 금, 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최고치 수준까지 함께 급등하고 있다.

모든 원자재 가격이 함께 오르는 이른 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지면서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유주와 전선주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자재 '에브리싱 랠리'에 달궈진 정유주 전선주, 에쓰오일 대한전선 주목

▲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수준에서 움직이면서 관련주 주가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그랜드폴스의 한 유전에서 석유 시추 장비가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긴장감과 주요 산유국 감산기조 등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겨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감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가 늘면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유가 상방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가를 끌어내릴 재료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산유국들의 감산과 인도의 태도 변화 등 유가 상방요인이 더욱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한동안 부진했던 정유주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정유 대장주인 에쓰오일 주가는 4월 들어 이날까지 4.3% 가량 올랐다. S-Oil 주가는 8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연중 최고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기간 GS(-0.1%), SK이노베이션(1.3%)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5%)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유주는 유가 상승기 대표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비교적 싼 값에 앞서 구매해뒀던 재고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된다. 

은과 구리(동), 알루미늄 같은 광물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이들 금속은 산업재 성격이 짙어 경기회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주요국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비철금속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리가격은 지난해 1월 이후 최근 15개월 만에 톤당 9천 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10월 상승 전환한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 가격도 고공행진해 2021년 6월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알루미늄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에 전선주가 급등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가온전선(30.4%), 대한전선(24.9%), 대원전선(53.7%) 등 주가가 4월 들어 크게 올랐다. 

전선 관련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전선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

구리는 전선제조 과정에서 원가의 90%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립 등 전력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전선주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리의 중점 수요처가 중국 부동산에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는 구간이다"며 "지금이 구리가격의 추세 상승 시작점일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에브리싱 랠리'에 달궈진 정유주 전선주, 에쓰오일 대한전선 주목

▲ 대한전선을 비롯한 전선주는 구리 가격 강세와 전력수요 증가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내고 이다. 


금속가공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신동(구리를 가공하는 것)사업이 주력인 풍산 주가는 4월 들어 11.1% 올랐다. 금, 은 등 비철금속을 가공하는 고려아연(3.8%)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풍산은 방산부문 외형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리가격 상승추세에 따라 신동부문 실적 호조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급등하면서 금 관련 상품도 강세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오르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엘컴텍 주가가 4월 들어 17.7% 올랐다. 엘컴텍은 몽골 현지에서 금이 매장된 광구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도 시장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원자재 부문은 지정학적 긴장감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원자재는 올해 1분기 모든 자산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가 1분기 동안 19.5% 오르면서 전체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낙관론 속에서도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원자재시장의 '에브리싱 랠리'를 지지하고 있다"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국제 유가와 금 가격의 동반 강세를 주도해 원자재 가격랠리를 연장하고 있다"고 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