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실적시즌의 막이 올랐다. 

최근 반도체주 주가의 차별적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국내 증시의 반도체업종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막 오른 1분기 실적시즌, 삼성전자발 '반도체주 쏠림' 더 뚜렷해진다

▲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반도체 업종이 1분기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8일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업종은 반도체 이외의 업종과 실적 전망치에서 뚜렷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달 동안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1100억 원 가량 상향 조정됐는데 반도체업종이 2조3100억 원 가량 높아진 반면 이외 업종은 2천억 원 가량 낮아졌다.

1분기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이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1.3% 증가한 6조6천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조5700억 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를 20% 가량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대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도 1분기 깜짝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1조5056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KB증권이 영업이익으로 2조2천억 원, DB금융투자가 2조4천억 원을 제시하는 등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불황을 지났던 반도체업계는 메모리 회복에 힘입어 올해 본격적 실적개선 흐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반등으로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분기별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그 외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앞서 4분기 실적시즌에 주목 받았던 자동차업종은 지난해 대비 소폭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현대차가 연결기준 영업이익 3조5850억 원, 기아가 2조7255억 원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21%, 5.17%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침체에 따른 수요둔화로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되는 등 연간 이익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던 전기차 밸류체인 기업들도 올해 부진이 예상된다.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 악화한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줄었으며 세금공제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업계에서는 2차전지업종이 2분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낸 뒤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4년은 전기차 투자지연, 정책변화,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이다"며 "업황은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석유화학, 중국 소비재주 등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악화하고 있다. 저주가순자산배율(PBR)주 투자열퐁에 주목받았던 은행주 등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반영하면서 1분기 실적부진이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전달보다 2천억 원 하향조정됐다"며 "화학, 철강, 조선, 상사/자본재, 은행, 유틸리티, 소매, 미디어/교육 등의 업종과 중국 소비주들이 실적전망 하향조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 실적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업종이 홀로 호실적을 내면서 국내증시의 최근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업종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까워지는 등 증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주가 급등에 따라 두 종목이 코스피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7.1%에서 이날 기준 28.6%로 높아졌다. 
 
막 오른 1분기 실적시즌, 삼성전자발 '반도체주 쏠림' 더 뚜렷해진다

▲ 최근 국내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도 반도체주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국내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 수급도 반도체업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외국인투자자는 1분기 역대 최대 규모(15조9082억 원)로 국내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7조2580억 원어치 사들였다.

4월 들어서는 이날까지 1조9390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삼성전자 주식만 1조9528억 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삼성전자를 빼면 순매도로 돌아서는 것으로 반도체 수급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 "반도체주가 모멘텀 유형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시즌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대안이 등장하기 어려운 만큼 모멘텀 유형 강세는 실적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적어도 1분기 실적시즌 동안 반도체 업종에 대한 쏠림은 이어질 것이다"며 "쏠림 현상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현재는 대안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