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목표 '골든타임' 1년 남았다, 온실가스 농도 상승에 기후위기 심화

▲ 2023년 동안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분석에 따르면 이제 파리협정 목표를 준수할 수 있는 시간도 1년이 안 남았다. 지난해 11월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된 멕시코의 엘 보스크 마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해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각국이 합의한 기후목표를 지킬 수 있는 시간도 1년이 채 남지 않게 됐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온난화 방지 목표가 깨지면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며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과 해수면 상승 등 재난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 발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 ‘3대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지난해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419ppm(백만분율), 메탄은 1922ppb(10억분율), 아산화질소는 336ppb를 기록했다.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산화탄소로 2022년 대비 2.8ppm 증가해 역대 3번째로 가파른 연간 증가세를 보였다. 이산화탄소 증가량은 13년 연속으로 2ppm을 넘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 정보는 해양대기청이 보유한 글로벌 모니터링 네트워크(GML)를 통해 대기 샘플 1만5천 곳을 분석해 나온 결과다.

반다 그루비시치 해양대기청 GML 디렉터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확인한 수치를 볼 때 우리는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유의미하게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농도 상승세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는 것은 파리협정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1년도 안 남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리협정 목표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참여국들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합의한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발간한 제6차 IPCC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상승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두고 분석할 때 온실가스 농도 증가세가 2025년 이전까지 꺾이지 않으면 1.5도 목표는 반드시 실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평균 기온 상승세가 몇 년 동안 1.5도 아래에 그친다고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파리협정 목표 '골든타임' 1년 남았다, 온실가스 농도 상승에 기후위기 심화

▲ IPCC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분석 도표. 2025년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꺾이지 않으면 1.5도 목표를 지킬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1.5도 목표를 준수하는 경로는 청록색 선, 2도 목표를 준수하는 선은 초록색 선이다. < IPCC >

IPCC는 장기적으로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9년 대비 43%, 2050년까지 99% 감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협정에서 정해진 지구 온난화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평균 기온 2도 이내 상승을 목표로 해도 2030년까지는 21%, 2050년까지 64%의 온실가스가 감축돼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러한 목표치를 넘어서는 기온 상승이 발생하면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며 다양한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폭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IPCC는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게 되면 극단적 폭염 현상이 1850년과 비교해 8.6배 더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도를 넘게 되면 13.9배, 4도를 넘으면 39.2배까지 늘어난다. 

가뭄, 홍수, 태풍 등 기후와 관련한 다른 재난도 더 강력해지며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2010~2020년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한 평균 사망자 수는 1850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상기후에 더해 해수면 상승 등 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 기준 해수면 상승 위험지대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의 11%로 약 8억9600만 명이다. 2050년이 되면 위험권에 속한 인구는 10억 명을 넘어선다.

IPCC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위험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해양대기청은 온실가스 농도 분석을 내놓으며 현재 상황을 430만 년 전의 플리오세기(Pliocene epoch)에 비유했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 때와 거의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시 해수면은 2023년과 비교하면 75피트(약 23미터) 높았고 기온도 약 3.8℃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이 이 정도로 상승하면 한국에서는 평택과 포항, 인천 등 항구 도시는 물론 내륙에 위치한 경기도 광명시, 성남시, 서울특별시 강서구와 용산구까지 물에 잠기게 된다.

IPCC도 고배출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2011년까지 해수면 높이가 1900년대와 비교해 최대 15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위기에도 온실가스 배출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서 올해 초 내놓은 에너지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인도, 미국 등 주요 소비국들의 제조업 경기 회복 전망에 따른 결과였다.

화석연료 퇴출을 명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관련 조항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 away)에 그쳐 각국 정부 주도의 감축 노력도 부진할 공산이 크다.

올해 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통해 나오는 각국의 합의 내용이 화석연료 감축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