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당분간 '쓴맛'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2차전지 업종에 겹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가 반등이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2차전지업종 기대감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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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올해 들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2차전지TOP10 지수는 전날보다 4.91% 하락했다. 지난해 11월7일(-8.31%) 이후 5개월 여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에코프로(-7.21%), 에코프로비엠(-6.12%), 포스코퓨처엠(-5.57%), 삼성SDI(-5.52%), LG화학(-4.95%), LG에너지솔루션(-4.33%), 에코프로머티(-3.89%), SK이노베이션(-3.61%), 포스코홀딩스(-2.69%) 등 주요 2차전지종목 주가 대부분이 크게 내렸다.

전날 2차전지업종에 비우호적 소식들이 겹친 점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전날 미국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차량 인도량이 나왔는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1분기 37만7천 대를 인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8.5% 줄고 직전 분기보다 20.2% 줄었다. 시장 전망치 45만4천 대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분기 기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이에 전날 미국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90% 하락마감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날 2차전지 투자심리를 식게 할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전기차 지원책을 폐지할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휘발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러분들이 휘발유를 더 많이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2차전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의 약진도 한국 2차전지업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미의 신형 전기차 SU7의 경우 한국 2차전지업체들의 최대 경쟁사인 중국 CATL의 기린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이같은 2차전지업종 악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이에 올해 들어 2차전지업종 대표 종목인 포스코퓨처엠(-24.51%), 에코프로비엠(-14.76%), LG에너지솔루션(-12.05%), 에코프로(-9.43%), 삼성SDI(-9.32%) 등 주가는 내림세를 지속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2차전지 업종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 종목 상위에는 삼성SDI(6282억 원), 포스코홀딩스(3467억 원), SK이노베이션(3326억 원), LG화학(3235억 원), LG에너지솔루션(925억 원) 등 2차전지업종이 다수 포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순매수 1위 종목이 엔켐(4253억 원)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올해 1분기 2차전지 업종 순매수액은 2조 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초 2차전지 종목 주가가 크게 올랐다 내린 상황에서 시기적 반등을 노리고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차전지업종을 둘러싼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주가 반등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한 점 등에서 볼 때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 속도는 점점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이 포드에 이어 제너럴포터스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과 경쟁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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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L의 공세로 국내 2차전지 업종의 경쟁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CATL 독일 배터리 공장.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발표를 거치며 2차전지 업종의 2분기 및 올해 실적 추정치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반도체 업종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2차전지 업종엔 비우호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에 쏠린 상태에서 2차전지 업종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자금이 반도체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고체전지, 실리콘음극재 등 신기술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2차전지 업종 기대감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또는 하반기에 이르러 실적 전망치가 저점을 찍고 전기차 수요가 반등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연간 실적 눈높이가 충분히 낮아지고 하반기 수요가 반등하는 모습이 확인된 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