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선거구에 출하마는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와 곽상언 더불언민주당 후보는 정계 경험은 적지만 각자가 지닌 정치적 자산은 적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최 후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도 도전한 경험 때문에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를 ‘잠룡’으로 평가하고 있다. 곽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에서 장인의 정치적 후광을 입고 있다. 
 
[총선핫스팟] ‘정치1번지’ 종로, ‘잠룡’ 최재형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팽팽'

▲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선거구에는 대선 도전 경험이 있는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사진 오른쪽)와 '노무현의 사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왼쪽)가 대결한다. 사진은 두 후보가 제22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1일 서울 종로구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종로에는 제3세력인 개혁신당의 금태섭 후보도 출마하는 만큼 다른 지역보다 복잡한 대결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을 통해 종로 선거구에서 승리하는 후보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는 ‘정치1번지’란 상징성 때문에 총선 때마다 체급 높은 정치인들의 출마지로 거론됐다. 주요 정부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데다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세균·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종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유력 정치인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종로는 여·야 지지층이 편중돼 있지 않고 부동층 비율이 높아 선거에서 ‘스윙 보터’ 성격도 강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지역구 의석의 정당 교체가 빈번한 편이다. 

19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으로 교체됐고 21대 총선까지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21대 국회 중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종로가 상징성 높은 선거구인 만큼 두 후보가 각 당에서 공천장을 받은 것만으로도 정치적 무게감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 종로 현역의원인 최재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경쟁을 펼쳤다. 

최 후보는 30여 년을 판사로 일한 법조인 출신으로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2017년 국회에서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능력, 자질 측면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반문재인’ 지지세를 일부 흡수하며 보수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최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치렀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다만 대선과 함께 치러진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고 윤 대통령과 나란히 당선됐다. 

다만 국회 입성 뒤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맡던 시절 당 혁신위원장에 발탁돼 당의 총선 승리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상황에서 혁신위도 거의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혁신위를 맡은 최 후보도 계면쩍은 상황에 놓였다. 

최 후보로서도 이번에 종로에서 재선 고지를 밟고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입증할 필요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총선핫스팟] ‘정치1번지’ 종로, ‘잠룡’ 최재형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팽팽'

최재형 국민의힘 종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왼쪽에서 다섯번째)가 16일 종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과 나란히 떡을 자르고 있다. <최재형 후보 블로그>

이에 맞서는 곽상언 후보는 ‘노무현의 사위’라는 사실만으로도 남다른 정치적 무게감을 지닌다. 

곽 후보는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으로 사업연수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와 결혼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향수를 품은 국민들이 많은 만큼 그의 사위란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70%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았다. 김대중 68%, 박정희 61%, 김영삼  40%, 문재인 38%, 이명박 32%, 이승만 30%, 노태우 박근혜 21%, 전두환 18% 순서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사실은 더욱 큰 무게감을 지닌다. 비록 계파 구분상 친노무현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당내 유력 정치인들 가운데 자신의 뿌리를 노무현 대통령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곽 후보가 이번에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공유하려는 당내 유력 인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공산이 크다. 

곽 후보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의 정치를 계승하는 것이 내 숙명”이라며 “총선에서 종로구를 탈환해 종로구 정치 회복의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종로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곽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면 장인과 사위가 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있었다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총선핫스팟] ‘정치1번지’ 종로, ‘잠룡’ 최재형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팽팽'

▲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가 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사진은 21일 곽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됐다. <곽상언 후보 페이스북>

곽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 때는 충북 영동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이낙연 개혁신당 대표(당시 민주당 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종로에 2022년 7월부터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구 관리를 했다. 

종로에는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제3후보의 등장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도 복잡해졌다. 

개혁신당의 성향이 중도보수에 가깝다는 점은 국민의힘의 득표를 잠식하는 요소로 볼 수도 있지만 제3지대 정당 특성상 지지층 구성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개혁신당에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녹색정의당 출신 인사도 포함된 데다 종로 선거에 출마하는 금 후보 역시 과거 민주당에 있었던 사람이다.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최 후보와 곽 후보가 백중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곽 후보가 우세한 결과도 나왔다. 

넥스트리서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를 받아 지난 17~20일 해당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지도 조사를 보면 곽 후보는 44%, 최 후보는 38%의 지지도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는 6%포인트로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안 접전 양상이다. 금태섭 후보는 6%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18~20일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곽 후보 49%, 최 후보 31%로 곽 후보가 오차범위(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 밖에서 최 후보를 앞섰다. 금 후보의 지지도는 4%였다.  

두 조사 모두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