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후보등록 마감일에 '성범죄 피의자 변호' 논란에 휩싸인 조수진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서울 강북을 후보를 급하게 교체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공천 잡음을 떨쳐내고 정권심판론을 통한 총선 행보에 탄력을 붙이려던 시점에 강북을 지역구에서 악재가 발생했는데 전체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막판 교체, 공천 잡음이 총선 악영향 미칠까 '촉각'

▲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한민수 대변인(왼쪽)와 이재명 대표. <한민수 페이스북>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조수진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한 서울 강북을 후보로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을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조수진 후보의 사퇴가 안타깝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에 작은 방해조차 되지 않겠다는 뜻을 존중한다”며 “조 후보의 뜻을 수용해 정권심판과 승리로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강북을은 지역구 현역인 박용진 의원의 '의원평가 하위 10%' 포함부터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 논란에 따른 공천 취소, 조수진 변호사의 전략경선에서도 잇달아 논란이 지속된 곳이다.

박용진 의원이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됐을 당시부터 당 안팎에서 '비명횡사'(비이재명계의 공천탈락)라는 비판이 거셌다. 

더구나 박 의원은 1차 3인 경선에서 적용됐던 하위 10% 감점 룰이 그뒤 정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은 물론 조수진 변호사와의 전략경선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을 두고 항의를 지속해왔다.

민주당은 조 변호사가 사퇴한 이후에도 박 의원을 공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사항에 대해서는 차점자 승계는 거의 없다"며 "전략공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전략공천 후보군에 박 의원이 포함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21대 총선 공천을 놓고 봤을 때 하위 10%·20%에 포함되거나 혹은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다시 공천 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으로서는 박 의원과 조 변호사의 전략경선 결과를 고려할 때 조 변호사 사퇴 뒤 박 의원을 다시 공천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여겨진다. 박 의원이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막판 교체, 공천 잡음이 총선 악영향 미칠까 '촉각'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대표는 19일 성남 모란오거리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과 조 변호사의 경선결과에 관해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후보가 30.08%, 조 후보가 69.93%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직접 경선 결과를 밝힌 것은 박 의원이 하위 10% 페널티를 받지 않았더라도 경선결과에는 변화가 없었을 것임을 명확히 해두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 강북을 후보 경선은 지역 권리당원에 전국 권리당원까지 투표에 참여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 ‘텃밭’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서울 강북을 공천에서 논란이 생긴 점이 선거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실제 공천 과정의 투명성이나 정당성과 관계없이 ‘비명횡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특히 총선의 승부를 가를 서울에서 민주당이 공격받을 만한 사건이 발생한 점은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조 변호사의 강북을 후보 사퇴를 민주당의 ‘오만함’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가 내리꽂았던 조수진 전 후보가 야반도주하듯이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며 “서울 강북을 지역은 민주당이 누구를 후보로 내도 당선시킬 수 있는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만함과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더니 결국 이리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판세가 나오면서 당내 일부 인사들의 섣부른 ‘낙관론’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조그마한 일이 총선 전체 판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상황실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엄살이 아니라 실제 (현재) 선거 판세는 아주 힘겨운 백중세 상황”이라며 “개인적 언급과 발언으로 선거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후보들에게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시사저널 의뢰로 3월18일과 19일 서울과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유선(7%)·무선(93%)·RDD(임의전화걸기)·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구 투표 의향 정당을 물었을 때 서울은 민주당 35.9%, 국민의힘 35.1%로 초박빙이었다.

민주당이 이날 한민수 대변인을 전략공천 한 것은 민주당 당원들의 지지는 물론 강북을에 대한 이해도 등 여러 가지 배경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대변인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돼 박 의원을 재공천하는 것보다 당원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는데다 강북을 선거를 고려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대변인은 정봉주 전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한 뒤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 지원한 바 있다.

다만 한 대변인이 급하게 공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 대변인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을 때 더욱 큰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이 '막말→성범죄 변호→친명 후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22일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서울 강북을) 공천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과거 언론인 시절 본인처럼 전략공천으로 지역구에 공천된 인물을 비판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한 대변인은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인 2016년 4월6일 자 ‘황당한 선거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민주당의 최명길 송파을 후보의 전략공천을 ‘졸속 공천’이라 비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