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부임한지 11일 만에 귀국했다.

이 대사는 이번에 귀국한 이유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업무 때문이라고 밝히며 자신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호주대사 이종섭 출국 11일 만에 회의 참석차 귀국, “공수처 조사 희망”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3월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사는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들과 만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조사 일정을 맞춰주길 바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오는 25일부터 서울에서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여는데 이 대사도 여기에 참석한다.

이 대사는 “(체류하는 동안) 방산협력 관련 업무로 상당히 일이 많을 것 같다”며 “(공관장 회의) 다음 주에는 한·호주 간 기획된 2+2회담 준비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씀드린 두 가지 업무가 전부 호주대사로 해야 할 의무고 그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부인하며 관련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대사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며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공항을 나갔다.
 
호주대사 이종섭 출국 11일 만에 회의 참석차 귀국, “공수처 조사 희망”

▲ (사진 왼쪽부터) 박주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21일 귀국한 이종섭 주 호주 대사를 향해 사퇴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이 대사가 공항 입국 게이트로 나오자 “피의자 이종섭을 즉각 해임하라”며 “피의자 이종섭을 도주시킨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주호주 대사에 지명됐고 그 뒤 법무부가 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시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사의 지명과 출국 과정을 놓고 '도주대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여권 내부에서도 이 대사가 즉시 귀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