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서울 강동구 쏟아지는 전세폭탄, 주변 부동산 시세 끌어내릴까

▲ 정부가 실거주의무제를 3년 동안 유예함에 따라 강동구에 위치한 단지들의 전세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실거주의무제가 3년 동안 유예됨에 따라 최근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등 강동구에 위치한 실거주의무제 유예 혜택을 보는 단지들의 전세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강동구에 나오는 전세매물 중 상당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못해 인근 지역에 위치한 단지의 전세매물보다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데다 매물도 많기 때문에 강동구 주변의 전세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시장의 하락은 갭투자 등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거주의무제 유예, 강동구에 쏟아지는 전세매물폭탄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전세 매물은 11일 기준 609건으로 전달 11일 227건 대비 2.6배 이상 증가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뿐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에 전세 매물이 폭증하고 있다. 

1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강동구 전세 매물은 2566건으로 집계됐다.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1년 3월 이래 가장 많은 전세 매물이 쌓인 것이다. 강동구 전세 매물은 지난해 6월 1천여 건에 불과했지만 불과 9개월여 만에 2.5배로 늘어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로 봐도 강동구의 증가세가 단연 두드러진다. 

강동구에 전세 매물 폭탄이 투하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었기 때문이다. 설왕설래하던 실거주의무제가 3년 동안 유예되자 총 1만2032가구 규모인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을 위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들의 전세매물이 대거 출회되고 있다.

강동구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실거주의무제 유예 혜택을 받는 단지들을 얼추 꼽자면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8개 동, 총 1299가구 규모), 9월 준공을 앞둔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25년 준공예정인 천호동 '천호역마에스트로'(77가구), 같은 동 '더샵 강동 센트럴시티'(670가구)등이 있다.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다른 지역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첫 주(지난 4일 기준) 강동구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0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률(0.08%)보다 크게 낮다. 

그 전주에는 전셋값이 0.04% 하락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4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명확하게 대조적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의 전세매물 강동구 주변 부동산 시장 위축시킬 가능성 있어

실거주의무제 유예혜택을 집중적으로 보는 강동구 소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신축 단지들에서 전세매물이 대량으로 출회되고 있는 현상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일단 해당 단지들에서 출회되는 전세매물의 수가 너무 많다. 

실거주 목적 이외에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의 분양가상한제적용아파트를 청약해 당첨된 사람들은 전세를 급매로 내놓아 매수잔금을 충당해야 절박한 처지다. 따라서 이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다. 강동구에 저렴한 전세매물이 쏟아질 이유다.

그뿐 아니다. 실거주의무 유예혜택을 받는 매물들은 다른 매물에 비해 처지가 열위하다.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임대차보호법 상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런 매물은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거래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에서 출회 중인 전세매물 중 대부분이 물량과 조건 등의 측면에서 주변 시세에 비해 낮게 거래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주변 시세 보다 저렴한 전세매물이, 그것도 대량으로 출회된다면 강동구 뿐 아니라 강동구와 인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광진구, 하남시 등의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전세가격의 변동이다. 따라서 강동구에 쏟아지는 전세 매물 폭탄은 강동구와 강동구 인접 지역의 전세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전세가격의 하락은 갭투자 등을 어렵게 만들어 투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매매시장의 하방압력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강동구발 전세매물 폭탄의 습격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어떤 작용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