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

이 행장은 지난해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KB국민은행 행장에 연임됐다.
 
홍콩 ELS 배상 부담 안은 국민은행, 이재근 위기관리 역량 본격 시험대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이 행장은 올해 홍콩 ELS 관련 손실 배상에 따른 실적 관리부터 내부통제 개선을 통한 고객신뢰 회복까지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13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KB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만큼 손실 배상액도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조 단위 규모까지 예상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홍콩 ELS 손실률을 50%, 배상비율을 40%로 가정했을 때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배상 예상액을 약 1조 원으로 추산했다. 신한은행(약 3천억 원), 하나은행(약 1500억 원), 우리은행(약 50억 원) 등과 비교해 배상 부담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올해도 순이익 등 실적경쟁에서 ‘리딩뱅크’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이 행장 취임 첫 해인 2022년 순이익(2조9960억 원)이 하나은행(3조958억 원), 신한은행(3조450억 원)에 밀리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3위로 내려앉았다. 

2023년에도 3분기까지는 순이익 1위를 달렸지만 연말 4분기 실적이 더해지며 연간 이익 규모에서는 하나은행에 다시 선두를 내줬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1년 만에 리딩금융을 되찾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계열사로 아쉬움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계속되는 내부통제 부실 이슈는 이 행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은행은 제조업 등과 비교해 기업의 신뢰도가 영업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홍콩 ELS 사태를 봐도 일반 고객들 사이에서는 제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어야 하는 은행의 판매상품 관리, 소비자보호에 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홍콩 ELS 자체는 과거 해외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등과 다르게 하자가 없는 상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장조사 결과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소비자보호 관리와 판매정책의 전반적 부실 등을 확인하고 최대 100% 배상까지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말 기준 홍콩 ELS 판매잔액이 7조8천억 원 수준으로 은행권 전체(15조4천억 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행장은 2022년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고로 국정감사장에 섰을 때는 다른 은행보다 횡령사고가 적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번 홍콩 ELS 사태를 놓고는 과거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면서도 은행의 영업행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KB국민은행에서는 경기 안양지역 한 영업점에서 담보물건의 가치를 부풀린 부당대출 사고도 발생했다.
 
홍콩 ELS 배상 부담 안은 국민은행, 이재근 위기관리 역량 본격 시험대

▲ 금감원이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 기준. <금융감독원>


이 행장은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행장에 재선임돼 올해 취임 3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큰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 실적과 내부통제 개선을 통한 이미지 개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이 행장은 1966년생으로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하며 은행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하면서 23년 가까이 ‘KB맨’으로 일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상무,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 등을 두루 역임했고 홍콩 ELS 상품이 주로 판매된 2020~2021년에는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11월 이 행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2024년에도 쉽지 않은 경기 전망과 상생금융 구현 등 은행의 중요 현안을 대응하는 데 안정적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과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추진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