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높이를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변경 전 건설비용이 3조7천억 원에다가 1조 원이 넘는 공공기여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 부담이 더욱 커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실리를 선택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 속도,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단비

▲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예정부지. <연합뉴스>


22일 서울시와 현대차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7일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GBC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GBC를 국내 최고 높이인 105층(569m) 빌딩 1개와 저층 건물 4개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번 제안서에는 GBC를 55층 2개 동을 포함해 6개 동으로 짓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2014년 9월 건설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매입한 뒤 건설비용 3조7천억 원을 들여 짓기로 했다. 초 2016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정부 심의와 국방부 반대 등으로 여러 번 착공이 미뤄졌다.

다만 정의선 회장이 초고층건물 빌딩을 포기하고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건물은 같은 연면적이라도 공사비가 1.5~2배 정도 더 높은 데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해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공공기여(기부채납) 비용 1조 원이 넘고 공군 레이더 구매비용까지 수 조원 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설계변경으로 원안과 비교해 건축비와 완공 이후 유지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 미래기술 등의 적용에 따라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건축비가 들어갈 것이란 시선에 무게가 실린다. 

이밖에 입주사 모집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그룹도 제2롯데타워를 지은 뒤 분양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제안서에는 군사 작전 제한고도보다 낮아 국방부와 갈등도 해결될 것으로 보여 서울시의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에 속도가 날 것이란 시선에 무게가 실린다. 

공군은 높은 건물이 레이더 운영범위를 줄이고 그림자 때문에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에 지지부진하던 공사가 본격화하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016년 12월23일 GBC 공사계약을 따냈다. 각각 지분율은 7대 3으로 당시 수주금액은 1조7923억 원, 7681억 원이었다. 

계약기간은 2021년 6월30일까지로 당시 현대차그룹이 GBC센터를 완공하겠다는 목표시점과 같았다. 현재 흙막이 공사가 끝나고 굴토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023년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GBC 신축공사 관련 완공예정일은 2026년 12월로 늦어졌다. 현대건설의 공정률(완성공사액/기본도급액)은 4.9%,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정률은 4.6% 수준이다. 

사실상 진행이 되지 못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GBC 개발계획 변경안이 확정되면 공정이 본격화하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경영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됐다.

현대건설은 별도기준(현대엔지니어링 제외) 수주목표를 17조 원(국내 10조7천억 원, 해외 6조3천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은 11조5천억 원(국내 6조1천억 원, 해외 5조5천억 원)으로 정했다.

현대건설이 2023년 국내 12조6727억 원, 해외 7조6657억 원을 수주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6조6463억 원, 해외 5조1720억 원의 수주를 올린 점을 고려하면 시장을 어렵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GBC 건설공사는 현대차그룹사 물량인 만큼 공사대금 지급 관련 이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낮 안정적 현금흐름에 기여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으로 202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435억 원을 기록했고 2023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1조5천억 원가량의 마이너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공사를 한 뒤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됐다. 현대건설은 2023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미청구공사 5조7579억 원가량을 보유해 2022년 말(3조7347억 원)과 비교해 2조 원이 넘게 증가했다. 

이런 여파에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순현금은 2021년 말 3조1212억 원에서 2023년 말 2조2809억 원으로 8400억 원 가량 줄었다. 현대건설은 미분양 해소와 현장 도급사업 정산이 해결되면 올해 말 순현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현대차그룹의 GBC센터 프로젝트는 그동안 순항하지 못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현장을 방문해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현대차그룹의 새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 속도,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단비

▲ 현대차그룹이 제시했던 GBC 105층 초고층빌딩이 포함된 원안 조감도. <현대차그룹>


최초 GBC 구상은 2006년으로 성수동에 지으려 했던 것이지만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삼표산업이 성수동 레미콘 공장 이전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현대제철이 이 부지 소유자로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이 사돈사이인 만큼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는 1995년 결혼했다.

실제 현대제철이 삼표 성수동 공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서울시와 삼표산업은 2017년 10월이 돼서야 공장철거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수변중심 업무·관광·문화를 견인하는 혁신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해 GBC 계획을 구체화했다. 다만 서울시가 2018년 제1차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제출한 GBC 건축사업 계획안이 보류됐고 2017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보류되며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위원회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세워지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15곳과 직원 1만여 명이 옮겨 올 때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국방부가 비행안전 및 레이더 전파 영향 평가 등 작전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원안대로 초고층건물을 짓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는 100층 이상 초고층건물의 랜드마크를 짓고 기부채납을 통해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GBC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와 관련해 “기존 설계안와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면밀하게 살펴보고 협상하겠다”며 “변경된 설계안을 살피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