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만 바라보는 홍콩 ELS 투자자들, 이복현의 쉽지 않은 배상 기준 찾기

▲ 금융감독원이 홍콩ELS와 관련해 원만한 배상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스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사태 후폭풍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 현장조사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더라도 사례선정과 배상비율 결정 과정이 만만치 않은 만큼 최대한 많은 배상을 원하는 투자자와 최소 배상을 바라는 은행권의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5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홍콩H지수 손실 본격화에 따라 금감원의 조사결과와 배상방안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은행들이 책임을 완전히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금감원만 바라보는 홍콩 ELS 투자자들, 이복현의 쉽지 않은 배상 기준 찾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앞서 8일 홍콩H지수 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2월 안에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배상안 마련 등 다음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배상안에서는 배상비율과 배상 대상 투자자 선정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런 경우 전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별로 분쟁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표사례를 정하고 배상기준을 만든다”며 “과거 라임·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 배상비율 등이 선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손실사태 때 배상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적합성',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 3가지 요소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정했다. 

위반행위가 하나만 있으면 20% 배상, 세 가지 다 해당하면 40%가 되는 방식이다.

그 뒤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금융취약계층 여부, 투자경험, 매입규모, 투자상품이해능력 등 세부내용을 적용해 배상비율을 가감했다. 고위험상품 판매(5%포인트), 내부통제 부실(20%포인트)는 일괄적용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 배상비율 산정기준에 따라 대표사례를 6가지를 만들어 각 사례별로 최대 80%에서 최소 40%의 배상을 결정했다.

당시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 치매환자 피해자는 손해액의 80% 배상을 받았다.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투자경험이 없는 피해자에게 손실확률이 없다고 강조하며 상품을 판매한 사례는 75%, 예금상품을 요청한 고객에게 잘못된 설명으로 상품을 판매한 사례는 손해액의 65%를 배상하도록 했다. 기초자산을 잘못 이해한 것을 알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판매한 사례의 배상률은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정성만 강조한 사례, 투자손실 감내 수준에 관한 확인 없이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한 사례의 배상률은 40%로 정해졌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손실사태도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면 비슷한 방식으로 배상비율이 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는 과거 라임·DLF 때보다 배상비율 산정에 갈등요소가 많다는 시선이 나온다. 
 
금감원만 바라보는 홍콩 ELS 투자자들, 이복현의 쉽지 않은 배상 기준 찾기

▲ 국회 의원회관에서 1월23일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토론회에 참석한 홍콩 H 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투자자 자기책임 비중을 어떻게 반영하느냐 문제 등이 만만찮다.

이번 홍콩H지수 ELS는 상품 재가입자 비율이 90% 수준으로 파악된다. DLF 사태(약 60%) 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혜성 환매·돌려막기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난 사모펀드 상품과 달리 20년 이상 판매된 상품이라는 점도 배상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펀드사태 때와 달리 전화 녹취 등이 이뤄졌다는 점,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ELS는 배상 없는 손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도 배상 대상과 비율의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은행이 적합성, 적정성의 원칙을 모두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서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며 100% 원금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책임소재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다며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성토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시중은행의 홍콩H지수 원금 손실액은 현재 2300억 원으로 수준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10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현재 원금 손실률 53% 수준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올해 상반기에만 5조6천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상반기 안에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현재 손실 예상액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원장은 앞서 9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불확실성을 너무 오랫동안 두는 것은 금융당국과 금융사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지금 저희의 욕심이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