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윤석열정부 1.10부동산대책, 시장에 활기 불어넣을까

▲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1.10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1.10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 신축 오피스텔·빌라·지방미분양 주택 구입에 대한 세제 상 특혜, 부동산PF 살리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1.10부동산대책'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안전진단 생략하고 준공된 지 30년만 넘으면 재건축 가능

윤석열 정부가 10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통칭 '1.10부동산대책'이라고 불리는 이 방안은 크게 △도심공급확대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공주택공급 △건설경기 활력 회복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의 관심을 끈 건 단연 도심공급확대다. 재건축·재개발과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먼저 재건축·재개발 관련 대책을 살펴보자. 윤 정부는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재건축의 첫 관문’이 안전진단이 아닌 주민들의 정비계획 입안 제안으로 바뀌는 것인데 서울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까지 적용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윤석열식 재건축 ‘패스트 트랙’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개발 대책도 내놓았다. 지금은 30년 넘은 건물이 전체의 3분의 2(66.7%) 이상이어야 노후도 요건을 충족해 재개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를 60%로 완화한다.

재정비촉진지구는 30년 넘은 건물이 50%만 돼도 재개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유휴지와 자투리 부지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비구역 지정·동의 요건도 바꾼다. 이를 통해 재개발이 가능한 대상지가 10%가량 늘어난다.

재건축·재개발조합 설립 때는 공공성 확보 여부 등을 심사해 정부 기금에서 초기사업비를 구역 당 50억 원까지 융자해준다. 초기 단계에서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식상한 감이 있지만 윤 정부는 1기 신도시 관련 대책도 발표했다. 윤 정부는 1기 신도시와 관련해 올해 안에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를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각각 1곳 이상 지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임기 내 선도지구에서 첫 착공을 하고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해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하고 전용 보증상품을 출시해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 신축오피스텔 등 구입하면 주택수에서 제외하는 수요유인책도 발표

윤 정부는 또 강력한 수요유인 대책도 발표했다. 올해와 내년 2년간 신축된 빌라·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60㎡ 이하)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아파트는 제외된다.

다만 1가구 1주택자가 소형 신축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때는 양도세·종부세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또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85㎡, 6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소형 주택과 달리 1가구 1주택자가 구입할 때도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 입법, 사업성, 향후 시장전망 등이 관건

윤석열 정부는 이번 ‘1.10부동산 대책’이 침체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정부의 그런 희망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우선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1.10 부동산 대책’ 관련 세부 추진 과제는 총 79개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6개가 법 또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특히 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야당인 민주당의 협력을 받는 일이 여럽다.

당장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완화를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전국에서 95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75만 가구(수도권 55만가구·지방 20만가구), 재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4만가구·지방 6만가구)다. 

그런데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재건축에 대한 '패스트 트랙'이 가능하기 위해선 도시정비법의 개정이 필수다. 또한 소형 비아파트의 공급을 활성화하고 지방 미분양 주택 소진을 위한 세금 감면도 법 개정이 필수다. 

향후 2년 동안 준공되는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공동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 최초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는 방안은 지방세 특례 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자칫 실거주의무 폐지 불발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입법이라는 난관을 넘는 것도 어렵지만 사업성이라는 난관은 극복이 더 어렵다.

이미 정부가 재건축 등의 규제에서 안정성 항목의 배점을 크게 낮추고 서울시가 지난 1~2년간 신속 통합기획(정비계획 수립의 복잡한 절차를 줄이고 신속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재건축·개발 규제 완화책) 재개발 후보지 총 57곳을 선정한 바 있으나 서울 강남, 용산, 여의도 등을 제외하곤 현재 본격적인 사업절차에 들어간 곳이 없다. 

무엇보다 사업성이 없거나 낮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들 없는 사업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어쩌면 ‘1.10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 아파트들의 호가만 올라 재건축 수익성을 깎아먹고 이게 도리어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신축 오피스텔, 빌라, 지방 미분양 주택 등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의구심이 들긴 마찬가지다. 결국 대책에 포함된 주택을 매수할지 여부는 향후 시장전망과 투자가치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감면해준다고 해서 시장전망과 투자가치가 어두운데 대책에 포함된 주택들을 덥석 매수할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1.10부동산대책’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녹녹치 않음을 알 수 있다. ‘1.10부동산대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고 그 산들이 한결같이 매우 험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