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올해 다보스 시선은 선거와 기후, 불안한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못해

▲ 세계경제포럼의 연례회의로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의 모습.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다보스의 시선은 선거와 기후로 향했다.

세계의 정치, 경제가 불안한 상태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함의를 엿볼 수 있는 다보스의 시선은 올해 총선을 앞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위험 보고서(Global Risks Report)’를 내놨다.

세계경제포럼은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교수를 지낸 클라우스 슈밥이 만든 비영리 재단이다. 스위스 다보스 열려 ‘다보스 포럼’으로 더 널리 알려진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를 연다.

세계 위험 보고서는 세계경제포럼이 위험평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로 매년 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공개된다. 위험은 앞으로 2년 내 위험을 의미하는 단기 위험(short term risks)과 앞으로 10년 내 위험을 의미하는 장기 위험(long term risks)으로 나뉘어 발표된다.

올해 세계 위험 보고서를 보면 가장 중요한 단기 위험에는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및 허위 정보(disinformation)’가, 장기 위험에는 극단적 기후 현상(extreme weather events)가 각각 꼽혔다.

‘잘못된 정보 및 허위 정보’와 ‘극단적 기후 현상’이 불러올 위험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엮는 중요한 고리가 있다. 바로 선거다.
 
[기자의눈] 올해 다보스 시선은 선거와 기후, 불안한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못해

▲ 세계경제포럼이 꼽은 2024년의 주요 단기 위험. <세계경제포럼>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대통령선거 혹은 총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져 인류의 절반이 투표소로 향하게 된다. 주요 외신들은 올해를 ‘선거의 해’, ‘민주주의 슈퍼볼’ 등으로 부를 정도다.

선거철에는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퍼지며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잘못된 정보 및 허위 정보의 위험은 단기 위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커졌다”며 “올해 여러 나라에서 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의 위험을 더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오늘날처럼 세계의 경제와 정치가 긴밀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어느 국가의 선거 결과가 미치는 영향은 그 국가 안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적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유럽연합의 유럽의회 선거 등은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는 선거다. 당장 13일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 역시 동북아시아 정세는 물론 반도체 산업 등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선거로 꼽힌다.
 
[기자의눈] 올해 다보스 시선은 선거와 기후, 불안한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못해

▲ 세계경제포럼이 꼽은 2024년의 주요 장기 위험. <세계경제포럼>

세계 정치 지형의 변화는 인류 공동의 숙제인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정치집단의 집권이 늘어날수록 인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단결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와 경기침체 우려 등 세계적으로 불안정성이 강해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정치집단이 힘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치, 경제가 불안정할수록 기후변화 대응과 같이 많은 대중이 다소 멀게 느끼는 현안보다는 당장 경제 상황의 해법 등을 내세우는 목소리에 더 지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사디아 자히디 세계경제포럼 수석연구원은 보고서 서문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초국가적 위험은 글로벌 협력이 약화되면서 더욱 대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합의와 협력의 부족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이 파편화된 세계에 어떤 의미인지 살펴본다”고 이 보고서 작성 취지를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가 전하는 의미는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역시 에너지정책 등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놓고 이익집단에 따라, 지지 정당에 따라 국론이 모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지녔고 K-콘텐츠 등으로 문화적 영향력도 큰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한편으로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위 20위 안에 들어 기후위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현재 위치를 고려하면 총선의 결과가 세계의 정치, 경제와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영향은 분명 작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의 선택에서도 논외가 될 수 없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