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리츠증권 연구원 최설화 “올해 중국 증시 반등 어려워, 한국 뷰티케어 주목”

▲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본사 인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중국 경기와 증시의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최설화 메리츠증권 중국 담당 연구원은 '청룡의 해' 중국 시장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경계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중국인 연구원으로 10여 년 넘는 시간 동안 대륙 현지의 시각을 담은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중국의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을 거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출신인 최 연구원은 이같은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라 단호하게 일축했다. 

-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므로 올해 강력한 부양을 통한 경기와 증시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럼에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중국도 따라 내릴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은 선제적인 금리인하 조치는 할 수 없으므로 미국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결정에 따라 중국 금리 인하 폭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도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수요다. 한 마디로 중국인들은 현재 돈이 없다. 지금 중국 정부가 해야할 것은 재정정책을 활용해 수요를 북돋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수요를 북돋는다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인들의 수입이 너무 줄었다. 성과급도 없다. 소득에 대한 기대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소비를 안한다. 

최근 중국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하얼빈, 연변 등 동북지역이 인기 관광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높지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경기 반등 가능성이 크지가 않다. 따라서 올해 중국 상해 증시는 2800~3500 범위로 예상한다.”

-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재정과 화폐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잖나. 만약 성공한다면 중국과 한국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업종은.

"재정과 화폐 정책이 효과를 본다면 반도체, 휴대폰 주변장비 밸류체인 등 과학기술 업종이 그나마 수혜를 볼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성장성 높은 산업들이 보통 수혜를 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한편 한국증시에선 전통적인 중국 수혜주인 화학과 철강을 주목할 만하다. 화장품 등 소비주도 수혜 가능성이 있지만 화장품의 경우 현재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오히려 보톡스나 리쥬란 등 뷰티케어의 인기가 매우 많아 시술을 하러 내한하는 중국인들이 많다." 

- 그렇다면 홍콩 증시도 반등할 가능성이 없는건가. 최근 ELS 사태로 한국 투자자들의 홍콩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홍콩 지수도 반등 못할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첫째는 외국인투자자 이탈의 지속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실패 이후 신뢰를 잃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그 뒤 2020년 코로나19 봉쇄로 직격타를 맞고 2022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도 실망을 안겼다. 

중국 부동산 부진도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헝다의 경우 파산이 이미 예견됐지만 이후 벽계원같이 탄탄한 부동산 기업마저 파산하는 것을 보고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큰 만큼 중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떠나가고 있다.

이들이 다시 홍콩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이들 투자자는 싱가폴, 일본, 인도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 구조적 문제는 거대 기업들의 실적 악화다.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과 같은 기업의 실적은 2021년 2월 최고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로 이후 점점 감소하며 현재는 2020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 돼버렸다.  

지난해 홍콩증시는 본토보다도 안 좋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13일)에도 관심이 많다. 선거 예측과 그에 따른 동아시아 증시 영향은.

“여당인 민진당과 야당인 국민당 어디가 이길지 지금은 모르겠다. 최근 마지막 여론조사에선 민진당 지지율이 조금 더 높긴 했다. 

반중노선인 민진당이 이긴다고 해서 증시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인 불안이 가중될 순 있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 위협을 강화할 수 있어 선거 직후 1~2일 동안 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한국 화학 업종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진당 승리 시 중국이 대만 화학 업종에 부여하는 4% 수입 관세 혜택을 폐지할 수 있다. 화학 업종은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4% 관세 혜택이 지니는 의미가 크다. 이것이 그동안 대만 화학 업계의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한국 화학제품은 품질이 뛰어나지만 그동안 관세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뒤떨어졌다.

친중노선 국민당이 이기면 양안관계 안정 기대감으로 동아시아 증시에 한동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 최근 중국정부가 새로운 게임산업 규제안을 내놨다.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현재로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며 그 이전 정책들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게임 내에서 전투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중국에선 예전에 삼국지와 수호전도 금서로 지정했을 정도로 폭력에 대해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안이 중국 정부의 새로운 노선으로 볼 수 없다.

두 번째는 게임 내 가상화폐의 용처를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전부터 있던 내용이다. 게임산업을 의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한편 게임주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게이머의 지나친 캐시 충전을 제한하겠다는 조항이었다. 그만큼 캐시가 게임업체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정부가 이 조항을 없애겠다는 말이 많다. 혹은 캐시 충전 상한선을 정부가 정하지 않고 개별 게임기업의 재량에 맡긴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 둘 중 어느 한 방향으로라도 간다면 새 규제안이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등 한국 부동산업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지난해 헝다 사태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닮은 점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과 중국의 부동산PF가 닮거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양국 정부의 부동산 위기 원인은 극명히 다르다. 

한국의 경우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부동산 기업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정부의 강한 규제가 위기의 원인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세가지 데드라인 정책’을 통해 부동산 기업의 대출을 강력히 규제했다.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집 판매라도 잘 돼야 했으나 그러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고갈돼 버렸다.

중국정부가 부동산 기업의 대출을 규제한 이유는 이들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헝다의 경우 부채비율이 400%에 이르렀다. 한국이나 홍콩의 경우 평균적인 부채비율은 150~200% 수준이었다.

다만 현재 중국 정부는 2023년 7월부터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전히 풀고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2선 도시 등 소도시에선 원하면 모두 집을 살 수 있으며 대도시의 경우 계약금을 50%에서 30%로 낮췄다. 그러나 집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쫑즈(种植) 그룹이 파산했다. 지금처럼 부동산 판매가 계속 부진하다면 또 파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가 거세다. 올해에도 지속될 것인지.

“물론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다만 AI로 인한 반도체 수요증가,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노력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올해 반도체 업황은 반등할 것이다.”

- 한국에선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유튜브 등지의 영상을 보고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항의를 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 정부는 규모가 작은 개인 미디어라도 주가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식한다. 빌리빌리(중국판 유튜브) 등에서 주가조작 가능성이 있는 영상이 나오면 이를 강하게 규제한다. 

따라서 중국 개인 미디어에선 거시경제를 다루는 방송들이 많다. 특정 기업이나 주식 등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없다.”

최 연구원은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한양대학교에서 재무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투자증권에서 중국 담당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메리츠증권에 몸담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