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자본주의] 물 건너간 국제수소거래소,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 유럽에너지거래소(EEX)의 수소경재 전망 그래프.

[비즈니스포스트] 3년 전이었다. 필자는 당시 정부가 생각하지도 못한 <국제수소거래소법>을 대표발의하며 국제수소거래소 설립을 공론화했다. 

당시 6개월이 지난 후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제수소거래소가 필요하지만 관련 부처에서 여러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수소거래소의 역할을 명시하는 제정안의 입법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국제수소거래소 설립 전에 국내외 수소거래 수요, 유통기반 등을 고려해 설립타당성, 제원, 기관, 시기 등에 대한 민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수요 검토 선행과 민관 역할 분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공사가 수소의 유통 거래 및 수급관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중이며 국제수소거래소와의 업무 중복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토보고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국제수소거래소 구축에 대한 요구는 여전하지만 그 희망은 사라졌다. 이미 공은 미국과 유럽으로 넘어갔다. 

정부와 국회는 자칫하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수소경제의 선도자인 우리나라가 후발주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경제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일이다.

필자는 수소경제법을 대표발의하고 산업부에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지만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답은 일 년 뒤에나 도착했다. 그때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긍정적 회신은 수소경제의 청신호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수소경제는 길을 잃었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은 없었다. 기업 현장이 정부 눈치를 보는 시간에도 세계는 꿈틀대며 수소경제 선도국의 우리나라를 앞서기 위해 질주하고 있었다.  

2020년 환경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 주요 부문을 보면 전력생산에서 약 41.6%, 모빌리티 분야에서 약 16.9%, 난방에서 약 8.4%가 배출됐다. 산업부문을 보면 철강 산업의 경우 16.3%, 석유정제와 화학분야에서도 9.4%가 발생됐다. 

수소경제가 빛나는 이유는 이 모든 부문에서 수소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가정용 연료전지, 수소전기차, 수소환원제철 공정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수소는 기후위기 대응과 혁신에 크게 작용되고 있다. 여전히 수소는 해법이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전 세계는 수소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여러 국가들은 제각각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가보조금을 시행하는 나라는 14개 국가며 덴마크와 인도, 네델란드 등 3개국은 수소생산 경쟁 입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수소를 포함해 ‘탄소국경세’를 시행할 예정으로 2026년 본격 도입에 앞서 시범 운영기간을 두고 있다. 이 시기에는 각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분기별로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EU에 이어 영국도 2027년부터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했다. EU 탄소국경세 대상 산업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시멘트, 수소제품으로 기한이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1톤당 10~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2026년 이후 우리나라 철강을 스웨덴으로 수출할 경우 탄소 1톤당 약 15만 원을 스웨덴 정부에 탄소국경세로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거래제 가격이 1톤당 약 2~3만 원이며, 스웨덴이 137.2달러, 즉 18만 원이라고 했을 때 그 차액이 부과금액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의 가격경쟁력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의 명확한 대책과 기업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렇게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래를 준비할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우거나 자국의 산업발전을 위한 전략을 준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가 제안한 국제수소거래소 역시 전략인 동시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는 거점이다. 그러나 법을 발의한지 3년여 이제 국제수소거래소를 만들 수 있는 대외적 환경은 사라졌다. 여기에 후진적 금융시장이라는 대내적 환경은 여전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수소거래소 구축에 있어 가장 빠르게 출발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증권거래소 운영기관인 도이체 뵈르제 산하에는 유럽에너지거래소가 있다. 이 거래소는 약 20여 년간 유럽지역의 주요 에너지 무역 거래소로 작용했으며 2022년부터 수소인덱스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독일, 스위스 등 10개 국가, 100개 이상의 기업파트너와 협력하는 등 몸집 역시 큰 편이다. 

아직 거래되는 수소량은 미미하지만 작년 5월부터 최초로 매주 글로벌 시장 기반 수소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가격이 투명해지니 이에 부가되는 가스 및 전력가격과 수소가격을 직접 비교하고 수소 가격 변동성 역시 그 추이가 명확해졌다. 

독일은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수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인데 주요 철강대기업 등 5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운영체제는 유럽에너지거래소가 제공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2021년 6월 수소 및 파생상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가격 인덱스를 설정하고 업데이트하는 등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 추후 자국의 무역을 넘어선 비유럽 국가를 아우르는 범세계적 거래소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탄소거래센터에 수소에너지산업 부문 거래 메커니즘을 구축했으며 여기에 청정수소 인증과 탄소거래제와 같은 혁신적인 시스템을 보탤 예정이다. 미국 역시 컬럼비아 에너지 거래소가 국제수소거래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거래의 주요 도시는 해당 에너지산업의 거점이 됐다. 에너지 안보나 에너지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성장의 초석이 됐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글로벌 투자, 국제협력, 그리고 관련 인증제도 도입과 같은 민간의 투자, 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은 그 거점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아쉬움이 크다. 

2021년 ‘국제수소거래소법’이 발의됐을 때 기재부, 산업부, 한국가스공사 등 유관기관이 기업과 함께 거래소 구축을 위한 수소 관련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대대적 투자 견인 요소를 발굴해 나갔다면 어떠했을까, 

금융시장의 선진화도 함께 시작되고, 이를 통해 국제수소거래소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시행했다면 어땠을까. 국회 소관상임위원회가 정부에 국제수소거래소 구축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하고 관련 특위 등을 구성해 박차를 가했다면 어땠을까. 

시간은 유한하다. 수소경제 흐름에 가장 먼저 올라탄 우리지만, 그 흐름이 빚어내는 여러 갈래길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고 있다. 혁신은 곧 민생이며 이것이 곧 눈앞에 닥칠 ESG라는 도도한 장벽을 뛰어넘을 중요한 해법이다. 

정부는 기업을 자주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 기업이 무슨 생각으로 연초를 보내고 있을지를 관찰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을 해외순방길 파트너가 아닌 대한민국 미래 비전의 진정한 협력자로 여겨야 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의원은 ESG 기본법 발의를 준비하며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9, 20,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국회 모빌리티포럼 대표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