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비트코인이 유동성 긴축기조에 따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며 '디지털 금' 위용을 뽐냈다.  

2024년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비트코인 반감기 등 대형 호재가 잇따르면서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비트코인 고금리에도 '고공비행', 비트코인ETF 타고 더 날아오를까

▲ FTX 파산으로 2100만 원대로 2023년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약 57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가상화폐 가상 이미지.


29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2023년 2100만원 대로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현재 약 3600만원(144%) 상승하며 거래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오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2년 11월 터진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은 유동성 위기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2900만 원대를 기록하며 3천만 원대를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은 FTX 파산과 함께 2023년 1월 2100만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금리를 인상한 것도 가상화폐 시장의 악재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물가가 상승하자 미국 금융당국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금리 인상 정책을 지속해서 펼쳤다. 

금리가 높아지면 조달 비용 증가 등을 통해 대부분의 금융 상품 가격 하락이 뒤따라온다. 가상화폐도 금융 상품의 한 종류로 초반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자 투자자들 사이 비트코인이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됐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으로 기존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아직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아 도피할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로 비트코인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탄생한 일종의 보험으로 전통 금융과 달리 실패의 단점이 없고 탈중앙화로 감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는 “향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어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다”고 말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4일(현지시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경제가 대공황과 같은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금, 은, 비트코인을 사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비트코인 고금리에도 '고공비행', 비트코인ETF 타고 더 날아오를까

▲ 세계 최대 자산관리사 블랙록이 올해 6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출시에 나서며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블랙록 본사 앞. <연합뉴스>


투자자들이 주목하며 상반기 3500만 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린 것은 6월 중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신청하면서다.

블랙록은 전 세계에서 약 1경3천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한 금융상품 576건 가운데 575건을 통과시켰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블랙록에 이어 피델리카, AKR인베스트, 프랭클린템플턴, 그레이스케일 등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을 신청했다. 2024년 3월 안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되면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오며 투자자들에게 더 안정적인 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바라본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으로 700억 달러(약 89조8800억 원)에 달하는 자본이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12월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출시를 위해 블랙록 등과 사전 논의를 진행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6천만 원대를 넘기도 했다. 

2024년에 가상화폐 시세 상승을 이끌 또 하나의 이벤트로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꼽히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4년마다 비트코인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특성을 말한다. 2012년 11월, 2016년 7월, 2020년 5월에 찾아왔고 2024년에는 4월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감기가 끝날 무렵 비트코인 가격은 시작 시기보다 각각 9420%, 2930%, 680% 상승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의 출시와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로 2024년 말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2800만 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나타내지는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시 우드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 가능성에 관한 기대를 바탕으로 대규모 매도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캐시 우드의 인터뷰를 두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이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