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기후총회 성과 낙제점, 다음 회의도 산유국에서 열려 우려 목소리

▲ 13일(현지시각) 최종 합의문 발표를 마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실 관계자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10점 만점에 3.8점.’ 

현지시각으로 13일 폐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가 매긴 점수다. 이번 총회에서 이뤄진 합의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총회 의장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화석연료’ 언급 관련 압박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내년과 내후년 총회도 산유국들이 의장국을 맡자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자사 산하 연구소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COP28 합의문이 기존 기후목표와 비교해 얼마만큼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1점부터 10점까지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손실과 피해기금 충족 여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등 10개 분야에 점수를 매긴 결과, 이번 합의문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3.8점으로 평가됐다. 

분석결과를 두고 블룸버그는 “COP28은 COP27의 결과를 아주 조금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논평했다.

점수가 가장 낮은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탄소 상쇄 체계 마련’으로, 각각 1점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현재 합의문에서 약속한 목표를 모두 준수해도 1.5도 또는 2도 목표를 지킬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UN)이 주관하는 탄소 배출권 시장 구성을 위한 규정 합의는 이번 총회에서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것도 연기됐다”고 지적했다.

다음 총회에 남긴 과제는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는 “지금부터 더 어려운 부분이 온다”고 설명했다. “각국 지도층과 기후 협상가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이번 합의문 내용을 실제 정책으로 바꿔 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열릴 COP29와 COP30 개최를 맡은 아제르바이잔과 브라질이 모두 산유국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4년 연속 산유국에서 열리게 된다.

2025년 COP30의 의장국을 맡은 브라질은 11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 가입한 산유국이자, 석유 메이저(Big oil) 중 하나인 페트로브라스의 대주주다. 
 
막내린 기후총회 성과 낙제점, 다음 회의도 산유국에서 열려 우려 목소리

▲ 카스피해 연안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야경. <위키디미다 커먼스>

브라질은 기후총회가 끝나고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신규 해상 광구 후보지 192곳을 경매로 내놔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 경매에 참여한 것은 쉐브론, 페트로브라스, 엘리시안 등 대형 정유사들로 페트로브라스는 이 가운데 29곳을 낙찰받았다.

로이터는 14일 브라질 정부가 이번 거래를 통해 약 1억2백만 달러(약 1332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COP29의 의장국을 맡은 아제르바이잔 역시 산유국이다.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은 아니지만 석유수출국기구에 협력하는 러시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다.

이에 국제단체들과 외신들은 이번 COP28과 같이 COP29과 COP30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산유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 유럽의 앤드류 스트뢰라인 미디어 편집국장은 10일(현지시각) 동유럽 지역 언론 OC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개최국 선임은 또 다른 석유독재국가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맡기는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제르바이잔 외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임에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COP28은 화석연료 시대에 종언을 고한 첫 기후총회가 됐다. 

13일(현지시각)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는 소식지를 통해 “화석연료 시대 끝의 시작”이 될 합의문이 타결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역사적 합의에 도달한 것을 환영한다”며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 결과물은 그 목표를 향한 커다란 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막내린 기후총회 성과 낙제점, 다음 회의도 산유국에서 열려 우려 목소리

▲ 13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현장에서 물건을 건네받고 있는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1.5도 목표’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참여국들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세계 평균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로 노력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EU) 대표단을 이끄는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화석연료 없는 세계를 향한 추진력을 얻었다”며 “각국 정부에 화석연료 퇴출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화석연료 감축 측면만 보면 이번 COP28 합의문은 기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또는 감축에는 못 미치나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명시했다”며 강조했다. 

또한 “이는 굉장한 무게가 있는 결정으로 각국 정부와 산업계를 탄소중립 세계 구축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환경부도 이번 COP28 결과를 놓고 “역사상 최초로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포함되는 결정문을 채택해 급증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 이행을 촉구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의견을 밝혔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