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윤석열정부 '무탄소연합' '원전 3배 확대'에 세계가 냉담, 엑스포 실패와 닮아가나

▲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무탄소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향한 국내외의 온도차가 엿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세계적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사국총회에서 5일(현지시각) 무탄소연합(CFA)이 무탄소에너지(CFE) 관련 회의를 열고 관련 이니셔티브의 확산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무탄소연합은 올해 10월 한국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기구다. 태양광, 풍력에 더해 원전까지 청정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한 논의를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원전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후보 때부터 강조해 온 주요 국정운영 방향 가운데 하나다.

산업통산자원부가 내놓은 무탄소연합의 활동과 관련된 보도자료 내용은 국내에서는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다만 외신에서는 한국 정부의 무탄소연합 관련 활동이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검색엔진인 구글 등에 한국(Korea),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무탄소에너지(CFE), 무탄소연합(CFA), 무탄소(carbon free) 등 영어 검색어를 사용해 외신 보도를 검색해도 관련 뉴스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한국 정부의 무탄소에너지 관련 활동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많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의눈] 윤석열정부 '무탄소연합' '원전 3배 확대'에 세계가 냉담, 엑스포 실패와 닮아가나

▲  10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무탄소연합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확대와 관련해서도 국내외 언론보도에서 온도차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사국총회에서 2일(현지시각)에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원전의 발전용량을 3배로 확대하는 선언에 서명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지지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을 위해 원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산업부의 해당 보도자료는 국내 대부분 언론이 기사화해 수십 건의 기사가 나왔다. 일부 언론은 중요한 머리기사로도 다뤘다.

하지만 외신을 검색해 보면 또 다시 온도차가 느껴진다.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원자력 발전(nuclear power), 3배(triple) 등 연관 영어 검색어를 사용해 검색하면 대체로 원자력 관련 기관, 매체의 기사가 나온다. 

같은 날 발표된 당사국총회 참가국들의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선언’을 놓고는 주요 외신들이 중요한 기사로 다뤘다는 점과 비교하면 온도차는 명확하다. 로이터 등 일부 외신은 재생에너지 3배 선언 기사를 주로 다루는 기사에서 원전 3배 확대 선언 내용을 덧붙여 소개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국과 재생에너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속내 차이는 언론보도 외에 직접적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원전 3배 선언에 참가한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일본은 5일(현지시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일본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확대될 때 일본은 각 국가에 기술, 인재 등을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원전 3배 선언에 참여한 이유가 자국 내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가 원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챙기겠다는 진정한 의도를 밝힌 셈이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혹은 원전을 3배 늘리겠다는 선언에 참여한 국가의 수 차이는 세계적 흐름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3배 선언에는 118개 나라가 참여했다. 반면 원전 3배 선언에 참여한 나라는 22곳이다.
 
[기자의눈] 윤석열정부 '무탄소연합' '원전 3배 확대'에 세계가 냉담, 엑스포 실패와 닮아가나

▲ 2일 (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3배 늘린다는 선언에 참여한 국가 대표단의 모습. <연합뉴스>

참가국 숫자의 차이를 보면 문득 11월29일 한국의 엑스포 유치전 패배가 떠오른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와 함께 한국의 부산이 경쟁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 등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선두 리야드와 부산을 두고 판세가 박빙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 로마 17표 등 이었다.

엑스포 유치에서 결과를 자신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과 원전 확대가 세계에서도 지지받고 있다고 내세우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엑스포 유치전 결과가 나온 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윤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댔다. 널리 알려진 동화를 통해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는 창작된 동화인 만큼 여러 가지로 각색된 결말이 존재한다. 임금님이 어느 순간 속았음을 깨닫고 재봉사에 벌을 주거나 끝까지 자신이 속았음을 모르는 결말도 있다. 어떤 책에서는 임금님이 속은 것을 깨닫지만 체통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벌거벗은 채로 행진을 하기도 한다.

시선을 다시 한국의 상황으로 돌려보면 엑스포 유치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됐으나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다. 과연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결말로 흘러가게 될까?

어느 쪽이 됐든 긍정적 결말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엑스포 유치전의 실패는 그저 국제행사 하나를 유치하지 못하는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국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심대한 사안이다.

임금님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행진을 이어가기에는 세계 흐름에 벗어난 에너지 정책으로 국가 전체가 지게 될 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