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신생아 특례대출이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까?

▲ 서울 시중 은행에 전세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내년 신설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윤석열표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계승자 느낌이 짙다. 

더구나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 상반기 집값 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한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34조 이상을 사용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 주택구입자금 대출 소요 34조9천 억 원 중 26조6천억 원이 신생아 특례대출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전·월세자금 대출소요 22조 원 중 7조6천억 원이 신생아특례대출, 전세사기피해가구 임차보증금대출 등에 소진될 것으로 판단됐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동 사업을 통해 주택 구입자금 8조7670억 원, 전월세자금 3조5975억 원을 직접 융자하는 한편, 그 외의 대출소요에 대해서는 시중은행을 통해 대응하되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통해 직접 융자와 동일한 수준의 금리 적용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 한다. 이차보전 지원사업은 금리 갭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소득 1억3천만 원 이하 가구가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시중 금리보다 약 1~3%포인트 저렴한 연 1.6%~3.3%의 파격적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소득 1억 3천만 원 이하 가구가 수도권 5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 보증금 전세를 들어 갈 때 1.1~3.0%의 저리를 적용받게 된다.

특기할 점은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 소득 5분위까지 포섭한다는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구입자금이건 전세자금이건 간에 기존의 대출 상품보다 소득, 대상주택, 대출한도, 소득별 금리 등의 모든 면에서 파격적인 상품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의 후속작품?

주지하다시피 올해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의 주요 수단으로 동원한 정책수단이 특례보금자리론(목표 금액 39조6천억 원)과 50년 만기 주담대였다. 기실 상반기 주택 시장의 일시적 반등은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 덕택이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임계점을 넘은 가계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로 인해 폭증하자 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의 판매를 중단하고 50년 만기 주담대도 조였다. 그러자마자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잃고 2차 조정에 돌입 중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떠난 자리를 신생아 특례대출이 채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음모론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나 공교롭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신생아 특례대출 소식이 나오자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생겼다며 반색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호재라 함은 집값 떠받치기에 호재라는 의미다.

아무래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신생아 구매대출을 살펴보면 예산 26조 원을 기준으로 가구당 대출한도 5억 원을 최대한 채운다고 가정할 때 약 5만 가구 남짓이 수혜대상이 될 것이다. 대출한도의 절반인 2억5천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수혜 대상은 10만 가구까지 늘어난다. 

22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대략 54만 건 남짓이었고 올해는 50만 건을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만약 신생아 구매대출 예산이 전액 소진된다고 계산하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10~20%내외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적은 비중은 아니다. 

허나 공공분양 3만 호, 민간분양 1만 호, 공공임대 3만 호 등 총 7만 호가 신생아 출산가구에 특별공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구매대출의 상당액이 공공분양 등의 특별공급 수분양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 신생아 특례대출보다 규모가 훨씬 큰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의 약발이 고작 반년 남짓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파격적 저리가 고정이 아니라 5년 뒤 변동금리로 변경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5년 뒤에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저리의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허나 신생아 특례대출이 집값을 떠받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주택 구매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