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태의 시사줌인] 트위터에서 X로, 플랫폼 타락일까 혁신일까?

▲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바꾼뒤 실행한 조치들을 두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새로운 인터넷 용어 'Enshittification'의 탄생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트위터 인수가 있었고 11월에는 블로그 보잉보잉(Boing Boing)의 편집인 코리 독토로우(Cory Doctorow)씨가 Enshittification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용어를 합성했다.

이 용어는 shit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인 만큼 별로 점잖은 의미는 아니다. 순화해서 얘기하자면 ‘인터넷 플랫폼의 타락’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사용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한 플랫폼이 어느 시점부터 사용자들을 옭아매고 그 다음에는 컨텐츠 공급자들을 옭아매고, 이렇게 서로를 옭아매고 나면, 플랫폼이 양측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는 순서로 타락해간다는 의미다. 

사용자와 공급자를 무료로 연결해주던 소비 컨텐츠가 어느 순간 유료 사용자와 공급자에게 차등적인 우선순위를 주는 방식 등으로 변질되는 것이 그 사례다. 

지난 달 27일을 전후로, 영국의 매체 가디언은 X에 관한 기사를 연달아 게재했다. 27일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 꼭 1년째가 되는 날이다.

인수 후 첫 돌맞이 선물인 셈이었는데 선물치고는 좀 고약했다고나 할까. 장편에 걸친 여러 꼭지의 기사에서 시종일관 X에 관한 비판 뿐, 덕담에는 무척이나 인색했다.

27일의 기사에서 가디언은 X가 완전히 Enshittification 했다고 썼다. 이 과정에서 경영상의 실패도 뚜렷했다고 주장했다. 그 중심에는 일론 머스크의 독단적 결정, 종잡을 수 없는 변덕, 더하여 그의 거침없는 극우적 성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확실히 일론 머스크의 X 운영방식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지난 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7500여 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을 해고한 것이었다. 예고 없이 회사 시스템 접근을 막고 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직원들의 폭로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트윗 콘텐츠 내용을 조절하는 부서의 직원들이 상당수 해고됐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트위터에 대한 신뢰 훼손, 더 나아가 경영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가디언의 기사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X의 수입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21년 트위터의 연매출 51억 달러 중 90%는 광고수입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론 머스크 스스로 지난달 자신의 X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광고수입이 60%나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디언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X는 내년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X의 하루 사용자 수가 이전의 2억3800만 명에서 2억2500만 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데이터 관련기업인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지난 9월 X 접속건수는 전달보다 10%나 급감했다.

트윗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광고주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해고한 직원수의 비율만큼 광고수입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인증된 사용자에게만 주어지던 트위터 블루는 X프리미엄으로 바뀌면서 월 8달러에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X프리미엄 유료사용자들로부터 X는 60만 달러 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특별수입까지 합해 월 500만 달러의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대신 진짜 계정을 흉내내는 가짜 계정이 넘쳐났다. 타임라인에는 기존의 알짜 정보 대신, 가짜계정의 거짓뉴스, 여기저기 반복되는 밈, 고양이 동영상, 자동차 사고, AI 속임수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월 500만 달러의 '푼돈'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광고주가 대거 이탈했다.

트위터에서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X에서 살아났고, 여성혐오 인플루언서인 앤드루 테이트(Andrew Tate) 계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일론 머스크의 맘에 들이 않는 기자들은 X에서 쫒겨났다. NPR을 정부의 자회사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뉴스사이트에 대한 트래픽을 억제하기도 했다.

여파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콘텐츠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X에는 거짓정보들이 넘쳐났다. 거짓정보의 74%는 유료 X프리미엄 사용자들이 생산한 것들이었다. 전투게임의 영상이 현지 실시간 영상인 것처럼 수천 명의 팔로워들에게 전달됐다.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한 가짜 뉴스가 조작된 백악관 스크린 샷과 함께 타임라인에 떠돌아 다녔다.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위험한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됐다.

이는 이전의 트위터와는 대조적이었다. 2021년 3월 제 2차 코비드 유행시 인도정부는 팬더믹을 끝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5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뉴델리는 거의 마비상태였고, 화장터의 부족으로 시신은 아무 곳에서나 임시로 불태워지거나 알아볼 수 없는 형체로 갠지스 강에 떠다녔다.

인도 정부는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반면 신뢰할 수 있는 트위터 자료제공자들은 사진, 동영상을 올리면서 산소, 의료품, 장비 등 병원에 부족한 물자공급을 요청했다. 각각의 포스트에는 수 천 건씩 리트윗이 뒤따랐고 결과적으로 개인, 병원, 심지어 대사관 등지로부터 지원이 쇄도했다.

트위터가 영어 이외의 다양한 언어권과 문화권에 대한 대응이 비교적 늦었던 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아랍의 봄, 미투 운동,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등 주요한 사회적 변혁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정화기능 자체가 사라져버린 X에는 전에 트위터에서 금지됐던 콘텐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전 트위터종사자들이 탄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X는 신규사용자에 대해 연간 1달러의 비용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스팸계정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설명이지만, 가디언의 기사는 이로써 X의 Enshittification이 완성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때 기업들에게 트위터는 광고 선호도에 있어 구글, 메타(Meta)에 이어 링크드인(LinkedIn)과 세 번째 자리를 놓고 경합했었다. 하지만 X로 바뀐 이후 바닥으로 밀려나고 있다. 안정성에 대한 신뢰상실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X는 새로 부상하는 대체 플랫폼에 금방이라도 자리를 내 줄 것만 같지만, 일론 머스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주 수입원 자체를 광고가 아닌 요금으로 바꿀 것이라는 의지를 수시로 내비치고 있다.

X로의 브랜드 변경이 큰 실수였다는 일반적인 여론과는 달리, 일론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부터 ‘트위터 인수는 X를 창출하기 위한 촉매제’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브랜드 변경이 결코 즉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X는 이른바 ‘모든 것을 담아내는 앱’의 뜻이다. 미래의 어떤 것을 담아내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장기적 구상이 녹아있는 명칭이랄 수 있다.

일차적으로 모바일 지불수단을 포함해 모든 개인금융 수단을 포함시킨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현재 기능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외에, 인스턴트 메시징, 거래 및 결제수단 등을 한꺼번에 구현해 그야말로 포괄적 앱(everything app)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X가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10억 명 이상의 실사용자를 가진 중국의 위챗이다. 세마포르(Semafor) 보도에 따르면 이를 위해 일론 머스크는 지난 8월 실시간 투자 플랫폼 구축방안을 주요 핀테크 기업들에게 타진한 상태다.

이보다 넉 달 전인 지난 4월에는 주식 및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eToro가 X와 시세 실시간 조회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때문에 eToro 혹은 로빈후드(Robinhood)와 유사한 방식의 거래시스템이 X에 이식될 것이라는 추정들이 나오고 있다.

이달 6일에는 프랑스의 매체 르몽드가 X에 생성형 AI(인공지능)가 결합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깊고 직관적인 이해’라는 의미의 컴퓨터 슬랭 Grok으로 명명된 이 AI는 이미 선정된 일부 X사용자들에 의해 지난 4일부터 실험사용에 들어갔다. 이틀 전인 2일 런던에서 개최된 AI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깜짝 발표이기는 하지만, 이 회의에 일론 머스크가 참여했던 것을 보면, 시점을 맞춰 준비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는 AI가 인류에게 가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수시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AI 정상회담 중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AI가 인간의 노동을 끝내고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상반된 언급을 했다. 서비스 제공을 앞두고 입장을 급선회한 셈이다.

Grok은 경쟁 AI인 ChatGPT나 구글의 Bard와는 달리 답변상의 제약을 거의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시사적 사건, 혹은 섹스에 관한 질문에 응하거나 때로는 장난기 섞인 대답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저돌성이 AI에도 여과 없이 투영되고 있다.

AI와의 결합은 포괄적 앱을 향한 일론 머스크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제 X는 미래의 어떠한 기술과도 결합할 수 있다는 미지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성공적인 혁신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넘어야 할 산들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의 반 트러스트 법만 해도 그렇다. 경쟁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전자금융이나 AI를 배타적으로 X와 결합시키기는 쉽지 않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윈도우상에서 구글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얼마만큼이나 자신이 사용하던 거래 플랫폼에서 벗어나 X로 옮겨오게 될지, 굳이 별도의 요금을 내면서까지 X의 AI를 사용할지,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도 한둘이 아니다. X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지금으로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타임라인에는 X가 연간 단 돈 1달러의 사용요금을 부과하더라도, X를 떠나겠다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Plurk, Mastodon, Bluesky, Threads 등등, 사용자들이 당장에라도 떠날 수 있는 대체 미디어 앱들이 눈만 뜨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X가 모델로 삼고 있는 위챗의 성공은 중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중국을 벗어난 다른 환경에서 미래의 앱이 통합쪽으로 가게 될지, 오히려 전문화된 분화쪽으로 가게 될지 방향을 점치는 일조차 쉽지는 않다.

가디언 기사의 내용대로 트위터에서 X로의 변화가 실패한 Enshittification으로 판명이 날 것인지, 혹은 일론 머스크의 기업가적 천재성을 입증하는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소셜미디어 기능만 놓고 본다면, X보다 부족할 것 없는 경쟁 앱들이 사용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는 시점이다.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트위터라는 고유 브랜드의 가치도 포기한 채  상당한 댓가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는 일론 머스크의 기업가적 정신에 대해서는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조광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