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자본주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실패, 환경부의 두 얼굴

▲ 일회용컵 억제를 위해 환경부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노력이 요구된다. 서울의 한 식당에 놓여진 일회용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개명을 권한다. 윤석열정부의 환경부는 ‘환경인척부’, ‘환경미루기부’로 이름을 바꿈이 옳다. 

선거를 앞두고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별안간 축소되거나 시행이 지연됐다. 시범사업이라는 이유로 연기를 거듭한 결과는 정책 폐기였다. 

얼마 전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광장을 찾았다.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시키고 마음이 바빠 리유저블컵, 이른바 다회용컵을 구매해 커피를 담았다. 컵 값은 천원, 재사용이 가능한 컵이니 그 가격쯤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커피를 마시고 재사용컵이니 버릴 수가 없어 지나던 길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들어섰다. 이 매장은 다회용컵을 취급하지도 반환금을 돌려주지도 않는 매장이었다. 일부 매장만이 그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버릴까 하다 컵을 들고 다니다 몇 번 사용하고는 버렸다.

보도에 따르면 다회용컵과 뚜껑, 거기에 빨대까지 합하면 무게가 약 49그램이라고 한다. 약 14그램인 일회용 플라스틱컵보다 훨씬 수치가 높으니 온실기체 배출량도 높아진다. 

다회용컵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횟수가 중요하다. 다회용컵의 재사용 횟수는 정해진 게 없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5회를 넘어서지 않았다. 

종이컵이나 얇은 플라스틱보다 다회용컵이 갖는 친환경성이 무색한 숫자이다. 횟수만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기업을 강조하고 싶었던 스타벅스는 제도를 시행할 태도마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많은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다회용컵 용기 반환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매장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의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 기업만을 탓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환경부가 다른 제도와는 달리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는 후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컵보증제 도입을 내놓고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컵사용량을 약 30억 개나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시작은 거창했으나 결국 빈구호일 뿐이었다. 사업 연기를 천명한 뒤에는 항상 선거가 있었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과 소상공인 간 간극을 넘어서지 못한 경우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회용컵 사용을 억제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일회용 컵 억제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환경부의 보증금제였으며,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다회용컵을 사용했다. 기업의 경우 ESG경영의 구호에 걸맞는 제도 시행이기도 했다. 그러나 둘 모두가 실패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환경부는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에 대한 기업의 준수사항을 담은 지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23년 발간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중 녹색위장행위 명시에 이어 소비자 대상 광고 등의 그린워싱을 명확히 하는 등 환경부의 친환경행보가 거듭되고 있다.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진실성, 명확성, 구체성, 상당성, 자발성, 완전성, 고관련성, 실증가능성을 준수하고 있는가를 엄밀하게 따지고 있다. 환경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 전문의 목적을 보면 해외 그린워싱 문제 대두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 플라스틱 다배출 기업의 친환경캠페인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거짓표시 및 광고를 하고 있다며 기업을 고소한 경우를 들었다. 그린워싱 논란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며 무수한 사례들이 스쳐 지나갔다. 2년 전 화장품브랜드 이니스프리의 ‘HELLO, I’M PAPER BOTTLE’ 즉, 종이병 논란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용기를 마치 종이로 만들거나 100% 자원 순환되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표기하고 있다. 

스타벅스 다회용컵 역시 그 다회용이라는 용어의 뜻이 영원한 다회용인지, 단 몇 차례일 뿐인지 명확하지 않다. 친환경, 생분해, 천연, 무농약, 유기, 에코, 무항생제, 동물친화적... 이런 용어를 사용한 제품을 보면 그린워싱이 짐작된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지마켓, 11번가, 옥션, 쿠팡, 인터파크 등 주요 오픈마켓 5개의 주요품목 중 180개 친환경관련 제품의 180개 광고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환경성 용어와 인증이 조사내용이었다. 

결과는 친환경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180개 제품 중 법정인증을 사용한 제품은 60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업계자율인증도 5개로 드러났다. 

인증을 받은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증의 주체와 기준이 누구인지, 유효기간은 어느 정도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들 내용이 표시되지 않을 때 그린워싱은 만연할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구매한 다회용컵을 들고 찾은 매장에서는 다회용컵을 든 나를 귀찮아했고 직원은 그 컵을 취급하는 매장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어영부영, 얼렁뚱땅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생각하고 있으니 자발성에서는 앞서간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기업마저도 이 제도를 정확히 시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2019년 이후 4년 동안 일회용컵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은 숫자를 분석하는 속에서 나온다는 기본적 사실을 환경부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4만7천 명이다. 식품접객업 등을 하는 일회용컵 취급 사업자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독 대한민국 자영업자는 과당경쟁 속에 놓여 있다. 

환경부의 고민도 녹록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첫 제도가 시행된 때가 2019년이다. 4년이나 되었으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므로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감안한 해법을 찾아냈어야 한다.

4년 동안의 시행착오가 폐기, 후퇴를 향한 어설픈 몸짓이었다면 결국 하나의 ‘쇼’를 했을 뿐이었나 추궁하고 싶다. 소상공인과의 충분한 소통마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하는 장이다. 환경부가 그린워싱을 막는다며 친환경경영활동 표시광고 지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수면 아래에서는 기후위기를 조장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선거 득실을 고려했거나 애초 소상공인과의 공감 없는 정책을 시행했다면 환경부 장관은 스스로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검은 속내만이 원인이지는 않다. ESG는 소비자와 기업,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 간 기대편익이 있을 때 제대로 작동이 가능하다. 정부가 관련 제도를 만들 때는 그 기대편익을 면밀하게 따져 실제 시장에서 물흐르듯 작동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번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환경부의 제도 설계 실패이다. 실패를 묻는 것 역시 ESG 주체의 몫이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경부의 그린워싱 방지, 플라스틱 확대사용 방치라는 두 얼굴을 규탄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의원은 ESG 기본법 발의를 준비하며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9, 20,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국회 모빌리티포럼 대표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