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금융위원회는 주말이었던 5일 임시회의를 열고 국내 증시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2024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공매도 전면금지로 분명해진 금융당국 갈짓자 행보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됐다. 이후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다시 허용됐지만, 나머지 중소형주는 공매도 금지가 계속 적용돼 왔다.

금지 확대 이유로는 시장 불확실성 선제 대응 필요성과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의 공정한 가격형성 저해 우려가 꼽혔다.

금융위는 이날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켜 글로벌IB의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적발·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정책 최우선 목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를 얻는 것이다”며 “공매도 제도를 모든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는 경제적 위기상황을 마주한 것도 아닌 까닭에 시장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1400만 표심’을 의식한 여권의 압박에 금융당국이 기존 논리와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발언한 데 이어 권성동 의원이 1일 페이스북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여론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3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간사 송언석 의원이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지속적으로 한국 증시 체질을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터라 이번 조치에 정치적 해석이 따라오고 있다.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공매도 금지를 풀지 않으면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2년 도입된 후 30년이 넘도록 시행되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12월 중순부터 폐지되는 것도 현 정권 금융당국이 ‘외국인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결과물이다.

등록제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대표적인 장애 요소로 꼽혀왔다. 등록제가 폐지되면 외국인도 증권사에서 실명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바로 계좌개설이 가능하고 법인은 LEI(법인식별기호), 개인은 여권번호를 활용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민관합동 투자설명회(IR)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이어 9월 영국, 독일, 스위스를 돌면서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급 인사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아세안 등 개발도상국 진출 걸림돌을 언급할 때 현지 금융당국발 리스크를 첫 손에 꼽는다”며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바라보는 해외에서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일갈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공매도 전면금지로 분명해진 금융당국 갈짓자 행보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갈짓자 행보와 함께 다시 한번 드러난 국내 증시 체질의 취약성도 우려를 더한다.

공매도 금지 발표 다음날 증시는 역대급 상승세를 보이며 개미들을 환호하게 했다. 공매도 물량을 늘려놨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되갚기 위해 사들이는 ‘숏커버링’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하루만에 134포인트나 뛰었다. 2차전지주 블루칩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숏커버링 효과는 하루만에 사실상 끝나버렸다. 7일 코스피지수는 장중한때 전일보다 83.63포인트 하락한 2418.74까지 처지더니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영향력이 재확인된 것인데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만 커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