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챗GPT를 쏘아올린 오픈AI 샘 올트먼의 ‘진짜 무기’

▲ 서른여덟 살의 샘 올트먼(Sam Altman)은 챗GPT를 개발한 인공지능 회사 오픈AI를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860억 달러(한화 약 117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샘 올트먼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그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를 만났던 날입니다.” (CNN 비즈니스)

2008년 6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전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이날 스물 셋 청년 샘 올트먼(Samuel Harris Altman)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개발한 위치 추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루프트(Loopt)를 선보였다. 

당시 잡스는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이 젊은 스타트업 CEO의 앱에 대해 “멋지다”고 평가해 주었다. 잡스와의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올트먼에게 그날의 인상은 아주 강렬하게 박혔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신과 같은 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전념했다. 

그런 올트먼은 6년 뒤인 2014년 뜻밖에도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Y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회장을 맡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CB인사이츠(CB Insights)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Y콤비네이터는 지금까지 에어비엔비(숙박 공유 서비스), 레딧(소셜뉴스 커뮤니티), 스트라이프(온라인 결제 기업) 등 수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육성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Y콤비네이터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머신(Silicon Valley’s Start-Up Machine)’이라 표현했다. 

포브스가 ‘2022년 최고의 벤처 캐피탈 투자자’로 선정한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은 Y콤비네이터에 대해 “그들은 실리콘밸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They created the greatest business model of all time)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트먼에게 Y콤비네이터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챗GPT 물결을 타고 인공지능(AI) 시대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CEO로 있는 인공지능 회사 오픈AI가 내놓은 챗GPT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한 생성형 AI 챗GPT는 2018년 챗GPT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는 GPT-1이 공개된 이후 최근의 GPT-4까지 급속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챗GPT를 쏘아올린 오픈AI 샘 올트먼의 ‘진짜 무기’

▲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그래픽 2번째)는 레딧, 에어비엔비, 스트라이프 등 수많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했다. 샘 올트먼은 그런 Y콤비네이터의 회장을 거쳐 오픈AI를 창업했다. < CB인사이츠 >

유대인, 동성애자, 채식주의자, 스탠퍼드 중퇴생.

샘 올트먼의 아이덴티티와 페르소나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올트먼은 시카고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거물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올트먼은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문화적으로는 지극히 유대인이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코딩 신동’이었던 올트먼은 특이하게 채식주의자였으며 열여섯 살 때는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올트먼은 학교와 지역사회에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동성애 행보엔 거침이 없다. 지난 6월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연인과 백악관 만찬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올트먼은 명문 스탠퍼드대에 진학해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 창업을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기술 거물들처럼 졸업장은 그에겐 단순한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오픈AI는 2015년 일론 머스크와 공동으로 창립할 당시엔 비영리재단이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공익적 측면에 초점을 뒀던 것이다. 그러다 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챗GPT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300만~4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서른여덟 살의 샘 올트먼은 어떻게 빛의 속도로 오픈AI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그는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라는 개념을 예로 들면서 자신의 성공 비결은 집중(Focus)에 있다고 말한다. 

“Focus is a force multiplier on work.”(집중은 일의 효율을 높이는 전력 승수다)

force multiplier는 전력 승수(乘數) 또는 힘의 승수로 번역된다. 군사 과학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해당 부대의 전투 잠재력을 크게 증가(배가)시켜 임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도구, 또는 능력 등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군대의 경우 소총보다 더 뛰어난 화력을 자랑하는 기관총이 배치됐을 때 전력 승수가 될 수 있다. 넓게는 한 나라가 다른 국가와 군사적 동맹을 맺었다면 그것도 전력 증강 차원의 전력 승수에 해당한다. 

이런 전력 승수는 비즈니스에도 접목되어 성공 법칙을 이야기할 때도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경제지 포브스에 ‘모든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력 승수가 필요하다(Every Business Needs Force Multipliers To Survive)’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생각해 보자. 만약 회사가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수익률)를 크게 높여야 한다면 인력을 상당수 늘려야 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이를테면 애자일(Agile)한 팀을 구성하거나 뛰어난 팀장 영입 같은 효율적인 전력 승수를 찾아야 한다. 

올트먼은 기업이 필요한 여러 전력 승수 중에서 ‘집중의 힘’에 점수를 주고 있다. 비즈니스 전략가들은 전력 승수를 활용하면 할 수 없는 일을 달성하기도 하고, 결과를 훨씬 앞당기며 더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트먼은 스타트업 창업 안내서인 ‘스타트업 플레이북(Startup Playbook)’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딱 두 단어로 압축해야 한다면, ‘집중’과 ‘몰입’을 꼽고 싶습니다.(...) 집중과 몰입이 당신을 장기적인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샘 올트먼 저, 김동환 옮김, 여의도 책방, 2023)

집중에 ‘몰입’ 한 가지를 더 추가한 것이다. 몰입은 사전적 의미로 immersion을 의미하지만 비즈니스적 측면에는 ‘플로우(flow)’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시카고 대학의 선구적인 심리학자였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1934~2021)가 창안한 개념인 ‘몰입 이론(Flow Theory)’ 때문이다. 

칙센트미하이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그는 ‘몰입의 경영’이라는 책을 통해 몰입의 개념을 기업 환경에 적용했다. 그는 주인 의식을 갖고 행복감을 맛보는 몰입의 순간을 ‘플로(flow)’라고 정의했다. 물 흐르듯 편안한 느낌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직원들의 몰입(플로)을 비즈니스로 활용하고 있다. 칙센트미하이는 “플로(몰입)가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Without flow, there’s no creativity)”고 지적했다. 이런 그에게 ‘몰입의 아버지(Father of Flow)’란 별칭이 붙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챗GPT를 쏘아올린 오픈AI 샘 올트먼의 ‘진짜 무기’

▲ 여러 개의 체인을 연결한 것 같은 OpenAI의 로고는 두 개의 원이 겹쳐져서 구성되어 있는데,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오픈AI> 

다시 샘 올트먼. 올트먼에게 비즈니스 시각을 넓혀준 사람으로는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을 꼽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그레이엄이 거대한 스타트업 육성 기업인 Y콤비네이터를 창립한 건 2005년이다. 

올트먼은 대학을 중퇴하면서 친구와 위치 기반 소셜 앱 루프트(Loopt)를 함께 만들었는데, 당시 Y콤비네이터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런 인연으로 올트먼은 9년 동안 Y콤비네이터의 파트너로 일했다. 그에게 뜻밖의 순간이 찾아온 건 2014년이다. 

Y콤비네이터 창업자 그레이엄이 올트먼에게 “회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풋내기에게 말이다. 당시 그레이엄은 올트먼을 두고 다음과 같이 재밌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올트먼을 식인종이 우글대는 섬에 갖다 놓아도 그는 5년 안에 식인종의 왕이 될 사람이다.”

아마도 그레이엄은 올트먼의 끈질긴 근성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올트먼은 성공 요소로 근성(Grit)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곤 했다.  

“근성은 쓰러진 후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데서 나옵니다.”(Grit comes from learning you can get back up after you get knocked down/CNBC)

올트먼은 스타일뿐만 아니라 지식의 스펙트럼도 대단하다. 오픈AI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은 올트먼에 대해 “그는 AI, 핵융합, 양자 컴퓨팅과 같은 주제를 쉽게 넘나드는 박식한 사람(polymath)”이라고 말했다.(파이낸셜타임스)

돈을 바라보는 배포도 남다르다. 초창기 에어비엔비 창업 지원과 관련해 이런 일이 있었다. 잡지 뉴요커에 따르면 에어비엔비 창업자 라이언 체스키는 올트먼에게 “우리는 예상 수익을 3천 만 달러 정도로 잡았다”고 말했다. 

체스키의 예상 수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올트먼은 “M을 B로 만들자”(Take all the “M”s and make them “B”s.)고 조언했다. 3천만 달러(thirty million dollars)의 M을 빌리언(B) 달러로 높여 잡자는 얘기였다. 

이쯤에서 필자는 ‘인공지능의 아버지’ 존 매카시(John McCarthy: 1927~2011)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workshop)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것이 벌써 67년 전이다. 

1956년 6월 다트머스대학의 조교수였던 매카시는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수학자 그룹을 초청했는데 두 달 동안 진행된 이 워크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처음 나왔다. 훗날 스탠퍼드대학의 인공지능 학자인 제리 카플란(Jerry Kaplan·71) 교수는 매카시라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내가 매카시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영화 ‘백튜더 퓨처’의 에밋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같은 미친 천재 과학자 분위기가 그에게서 물씬 느껴졌다.”(제리 카플란 저, ‘인공지능의 미래’,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7)

존 매카시가 AI 시대를 열어젖힌 ‘젊은 예언자’라면 샘 올트먼은 AI 시대 혁명을 이끌고 있는 ‘젊은 선지자’임에 틀림없다. 

이번 칼럼을 정리해 보자. 집중, 몰입, 근성. 샘 올트먼의 마인드를 무장시킨 ‘진짜 무기’들이다. 여러분은 어떤 무기를 가졌는가? 좁게는 여러분이 회사의 관리자들이라면? 더 좁게는 생존 전쟁에 무기력한 관리자라면? 이런 ‘뼈 때리는’ 말로 스스로를 무장해 보는 건 어떨까? 

“안전한 중역실에서 내려와 이제 참호 속으로 들어갈 때다.”(스콧 밀러 저, ‘거인들의 인생법칙’, 김태훈 옮김, 김영사, 2023).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