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두산에너빌리티 '분식회계' 논란의 회계적 관전법

▲ 두산에너빌리티 분식회계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사진은 파워젠 인터내셔널 2022에 참가한 두산에너빌리티 전시관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비즈니스포스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이하 두산)가 과거 해외공사에서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최근 시장에 전해졌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리위원회에서 회계기준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금감원 감리팀과 회사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은 공식의결기구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 전달이 된다. 증선위에서 다시 한번 양측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고 증선위원들이 최종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두산이 2016년 수주한 인도 화력발전소 공사를 진행하면서 원가상승에 따른 손실을 적기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정도다.
 
두산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수주사업에 있어 회계처리의 특수성이나 발주처와의 분쟁 협상과정 등에 대해 금감원과 해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주사업 회계의 특성이나 발주처와 협상에 대한 해석차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

우선 두산에 대해 금감원이 감리를 진행한 배경부터 알아보자.

지난 2020년초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당시 두산중공업의 미청구 공사 비중이 다른 건설사 대비 과도하게 높다며 부실의혹을 제기했다.

건설사 재무제표에 나타나있는 미청구 공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A건설이 아파트 단지를 100억 원에 수주해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기간(3년 가정)동안 투입해야 할 원가추정액(예정원가)은 80억 원이다. 
 
첫 결산을 해보자.

결산시점까지 원가를 40억 원 투입했다면 공사진행률은 50%가 된다. 진행률은 예정원가(80억원) 대비 투입원가(40억원)의 비율로 계산한다.

따라서 매출액은 50억 원(수주금액 100억 원X진행률 50%), 공사원가는 40억 원이고 공사이익은 10억 원으로 손익계산서에 기록한다. 

A건설은 매출로 인식한 50억 원을 발주처에 지급해 달라고 청구한다. 발주처가 청구를 받아들이면 A건설에는 50억 원의 매출채권이 발생한다.

그런데 발주처와의 이견으로 진행률을 30%만 인정받았다고 해보자.

이렇게 되면 A건설은 매출 50억 원 가운데 30억 원만 청구하고 나머지 20억 원은 미청구 공사액으로 기록해 둔다.

공사를 했지만 청구를 ‘미뤄놓은’ 일종의 공사 미수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건설공사에서는 일반적으로 미청구 공사가 늘 발생한다.

공사를 진행해가면 미청구 공사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게 마련이고 대개는 공사가 완료되면 대금 잔액을 모두 청구하기 때문에 미청구는 없어진다.

그러나 발주처와 분쟁이나 발주처의 재무악화 등으로 미청구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용진 의원은 두산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 비율이 다른 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부실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촉구했다.

미청구 의혹은 두산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당시 유야무야 넘어갔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두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했다.

두산이 인도 화력발전소를 수주해 공사에 착수한 것은 2016년말이다.

두산은 이 공사에서 해마다 수백억 원의 손실을 봤다. 2017년~2019년까지 각각 319억 원, 291억 원, 44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런데 2020년 가서는 손실이 3314억 원으로 급증한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앞서 3년동안 원가상승에 따른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가 2020년에 몰아서 반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7년~2020년까지 고의로 손실인식을 회피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공사에서 손익을 결산할 때 원가의 변동을 적기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A건설의 예를 다시 가져와 보자.
 
A건설은 첫 해 결산에서 진행률을 50%로 측정했다. 공사총예정원가가 80억 원이고 당기에 투입한 원가가 4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결산시점에서 예정원가를 재산정해보았더니 철근가격 상승으로 공사기간동안에 투입해야 할 원가가 100억 원으로 산출되었다 해보자.

그렇다면 진행률은 50%가 아니라 40%(실제 투입원가 40억 원/공사총예정원가 100억 원)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당기 매출액은 40억 원, 공사원가 역시 40억 원으로 공사이익은 ‘0’이다.

판매관리비가 10억 원 발생했다면 영업이익은 10억 원 적자가 된다.

금감원은 말하자면 두산이 이렇게 원가상승분을 반영한 정상적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원가 재산정없이 결산한 것으로 본 것이다.
 
두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가상승분의 분담을 놓고 발주처와 오랫동안 분쟁을 지속하다보니 손실추정이 어려웠고 손실분담을 가늠할 수 있게 된 2020년에 가서 정확한 결산을 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두산은 “화력 발전소 사업을 진행한 인도 자회사는 공신력있는 해외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았다”며 “해당 기간에 손익을 일부러 늦춰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발주처와 협의 결과에 따라 손실로 반영한 원가 증가분은 공사 종료시점에 발주처로부터 보상받을 예정이다”며 “수주사업의 특수성이나 발주처와의 협상 등에 대해 금감원과 해석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2020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공사기간이 대폭 연장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7년초 공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두산은 2개 화력발전소 공사완료시점을 2021년 10월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2020년 결산을 하면서 두산은 그 시점을 각각 2023년 4월과 6월로, 약 1년반정도 늦췄다.
 
공기가 늘어나면 당연히 이 공사의 총예정원가는 증가한다.

그러면 2020년도의 공사진행률은 떨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매출인식액이 감소하면서 실적은 나빠진다.
 
2019년에 두산 인도법인은 매출 7015억원에 당기순손실 44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은 절반수준인 3640억원으로 떨어지고 당기순손실은 7배 이상 증가한 3314억 원으로 결산했다. 공기연장에 따른 공사예정원가의 증가에다 공사손실충당부채의 반영까지 겹친 결과로 보인다. 

건설공사에서 결산 때 공사예정원가를 재산정하고 그 결과를 손익에 반영하는 것이 회계기준에 맞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구체적으로 원가변동을 산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무작정 회계에 반영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인 것도 맞다.

당시에 공기가 1년반이나 연장된 이유, 발주처와의 분쟁 내용 등에 대해 두산은 감리위원회 심의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정확한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없이 외부에서 두산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당시 두산이 해외손실을 고의로 숨기려 했다고 판단한 이상 무혐의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 전문가들은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회계기준위반 정도의 판정을 받아내는 것이 두산으로서는 최선일 것이라고 본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