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임종룡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로, 그 종착역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 (왼쪽부터)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인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5일 서울 광화문 예금보험공사 사옥에서 열린 주식양수도 기본 협약서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금융>

[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전날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주식양수도 관련 기본협약을 맺으면서 우리금융은 25년에 걸친 민영화 작업의 마무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번 계약에 따라 2024년 말까지 예금보험공사와 구체적 내용을 담은 별도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약 936만 주(1.2%)를 넘겨받는다.

우리금융이 내년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을 모두 품으면 1999년 공적 자금을 수혈받아 우리은행 전신인 한빛은행(상업은행+한일은행)이 출범한 지 25년 만에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한 정부나 공공기관 지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지분 측면에서 완전한 민영화를 이뤄낸 셈인데 우리금융이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를 이뤄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발걸음을 여기서 멈춰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지분뿐 아니라 CEO(최고경영자) 선임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구조를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민영화한 기업들을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분 매각 이후에도 CEO 인선 등의 과정에서 외풍에 따라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KT가 대표적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인선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3월 대표이사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사태를 맞았다.

민영화 이후 외풍에 시달린 것은 금융권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3년 12월 직접 보유하고 있던 국민은행 지분을 모두 털어 국민은행을 민영화했지만 국민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보유한 KB금융지주는 민영화 이후 10년 넘게 회장 인선 과정에서 외풍 논란에 시달렸다.

최근 양종희 회장 내정자가 뽑힐 때야 비로소 처음으로 내부출신 회장이 나오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지배구조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우리금융은 과점주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푸본생명, 유진PE 등 과점주주가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가 우리금융 이사회를 구성한다.

과점주주 대부분이 금융사인 만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당국 입김에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은 예금보험공사와 이번 주식양수도 관련 기본협약을 맺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과거 인연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임 회장이 과거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장 시절에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우리은행 지분 29.7%를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성과도 냈다.
 
[기자의눈] 임종룡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로, 그 종착역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던 2016년 12월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리은행 과점주주 대표자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임종룡 위원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송인준 IMM PE 대표. <금융위원회>


우리금융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임 회장이 결국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데 진정한 마침표를 위해서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지배구조까지 더해져야 하는 셈이다.

임 회장은 시기적으로도 그동안 고민해온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해 방향성을 보여줄 때가 됐다.

임 회장은 연말이면 사실상 3년 임기의 3분의 1을 지난다.

지금껏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관료 출신이 연임한 사례는 없다. 임 회장이 임기 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연임 가능성 등이 불거지며 우리금융이 이런 저런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임기 내 어떤 식으로든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가능성이 큰데 시장과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을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도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을 평가하며 금융사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해외 금융사는 길게는 1년 짧게는 몇 개월 전에 평가기준을 정하고 후보군에 검증 절차 거친다”며 “국내 금융사도 거버넌스 측면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도 우리금융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임 회장은 3월 취임사에서 “인사 평가,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이를 통해 고객, 주주, 시장뿐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깊은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임종룡 호의 진정한 의미의 완전 민영화를 위한 여정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