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법률산책] 증언으로 진실이 밝혀진다? 현실은 법정 드라마와 다르다

▲ 드라마와 달리 현실 법조계에서는 증인신문 절차를 활용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승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사건 승소할 수 있습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종종 의뢰인으로부터 받는 질문이다. 이런 의뢰인을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부터 든다. 

대부분 옆집 사람, 가족 등이 봤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믿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사건과 관련해서 거의 모든 사람을 증인으로 소환해서 입증하는 장면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비춰진 법정 모습을 보고 실제 재판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현실 세계는 어떨까? 최근 증인신청을 한 지 거의 3년만에 겨우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해당 증인은 계약서의 작성경위나 계약서에 기재한 것과 다른 약속을 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진술은 핵심적인 증거였기 때문에 소장을 접수할 때부터 증인신청을 했는데, 계속 미뤄지다가 거의 3년이 넘어서야 겨우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것이다.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재판부는 세 번이나 교체됐다. 재판부가 교체될 때마다 새로 증인신청서를 제출했고 증인 채택이 필요함을 여러 차례 역설한 끝에 증인신문이 진행될 수 있었다. 

당사자 신문은 더 어렵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신문을 증인신문과 마찬가지로 증거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사자 신문이 채택되어서 진행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일단 민사소송의 원고와 피고가 법정에 나와서 증인신문을 하듯이 증언하는 장면이 제법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법정에서 당사자 신문을 신청하면 ‘당사자가 할 진술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서 제출하라’며 면박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을 기대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신이 알고, 상대방이 아니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자신이 하는 말은 진실이기 때문에 다른 증거가 없이도 판사가 알아서 명명백백히 밝혀줄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진실을 말하는 만큼 법정에서 증인신문이나 당사자신문을 통해서 확인될 것으로 믿기도 한다.

그러나 민사재판에서 증인신문, 당사자신문을 진행하기는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판 중에 당사자본인신문이나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 증거가 소송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상 매체가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증인신청이 채택되고는 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증인신청이 채택되게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법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지만, 증인신청을 하면 법관이 ‘증인이 거짓말 할 가능성’을 이유로 기각하는 경우도 많다. 

증인이 거짓진술을 할 경우, 형법상 위증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고, 추후 재심사유로도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위증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증인채택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소송 의뢰인의 억울함은 이해가 가지만 재판부도 사정이 있다. 증인신문을 진행하게 된다면 소송절차가 상당히 지연되기 때문이다. 

증인신문을 하려면 증인소환장도 송달되어야 하고, 별도 증인신문기일을 정해서 진행하여야 하는데, 증인에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거나 불출석하게 된다면 절차는 1년 이상 지연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법관 수에 비해 접수되는 사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많은 재판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가급적 증인신문 자체를 진행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법정의 현실을 알지 못하고, 구체적인 증거확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관계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자신의 거의 전 재산이 걸려 있는 재판에서 패소한 다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법원 앞에서 팻말을 들고,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하는 사람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 

판결에 대해서 단순히 불만을 품을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를 개탄하기도 한다. 판사가 증인신청을 채택하지도 않고 그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민사재판에서 진술을 증거로 활용해야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현실 법정에 맞게 진술 증거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소송절차가 진행되고 나서 증인신문을 통해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믿으면 억울하게 패소할 수밖에 없다. 

적대적 증인의 경우에는 녹취서, 문자메시지 대화내역,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증거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우호적 증인의 경우에는 사실확인서, 진술서를 증거로 내라고 요구해서 받아두어야 한다. 

그렇게 미리 증거를 확보한 다음 증인신청을 해서 증인이 법정에서 한 진술의 모순성을 지적하는 형태로 변론을 준비하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 의무에 관한 분쟁임에도 불구하고 배임, 횡령, 사기 등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한 다음 그 결과를 기초로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진술 증거가 중요한 사건은 형사 재판 절차에서 제대로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는 일률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적절한 증거 확보방법부터 구상한 다음 민사 소송을 제기할지 형사 절차를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미리 준비해야 억울하게 패소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주상은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