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9월] 주택시장 반등 조짐, 건설사들 알짜 도시정비 혈전 예고

▲ 8월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들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에 온기가 퍼져나가는 등 주택시장 반등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전국 준공후 미분양 물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도 움츠러든 주택사업의 기지개를 펴려고 한다. 가을부터 도시정비시장에서 큰 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상위권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드디어’ 반전한 주택지표, 악성 미분양 감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며 건설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여겨지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8월31일 발표한 7월 주택 통계에서 전국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9041가구로 전월(6월)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후 미분양은 작년 10월 7077가구 이후 8개월 연속 증가해 올해 6월 9399가구까지 늘었다. 1만 가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으나 일단 1만 가구를 목전에 두고 하락 반전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준공후 미분양이 437가구(이하 전월 484가구), 인천이 673가구(677가구), 경기가 711가구(831가구)로 집계돼 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이 전월 1992가구에서 1821가구로 8.6% 감소했다.

서울에서는 강북구에서 10가구, 강서구에서 33가구, 강동구에서 4가구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됐다. 인천은 중구(3가구)와 서구(4가구), 미추홀구(1가구)에서 준공후 미분양이 줄었으나 연수구(4가구)는 오히려 늘었다. 

경기는 남양주시(112가구)에서 준공후 미분양이 대폭 감소했고 성남시(6가구), 의정부시(2가구)도 준공후 미분양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비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은 전월 7407가구에서 7220가구로 2.5% 줄었다.

대구 수성구(92가구)를 비롯해 경북 김천(88가구), 경북 경산(15가구) 등이 준공후 미분양을 해소했다. 반면 충북 보은(59가구), 전남 여수(13가구) 등은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데다 준공후 미분양도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신중했던 분양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 3만347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작년 9월 분양물량 1만4793가구와 비교하면 2배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분양물량이 없었던 서울에서만 경기·인천을 합친 것보다 많은 1만95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경기 6251가구, 인천 3173가구를 포함하면 수도권에서만 1만9519가구가 분양된다.

◆ 도시정비 알짜사업장서 혈전 예고

주택시장에 온기가 감지되고 정부의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은 도시정비 주요 사업지를 놓고 경쟁의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물산은 8월23일 맞춤형 주거공간인 ‘래미안 더 넥스트’를 발표하면서 여의도·성수·압구정 등 도시정비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주택사업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의 태도 변화가 시장에 가져올 여파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물산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수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양아파트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한남4구역도 삼성물산의 참여로 경쟁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가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대우건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남2구역 시공사 재선정에 참여 요청을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노량진1구역 수주전도 시장의 관심사다. 일찌감치 GS건설이 수주를 위해 기반을 다져놓은 가운데 최근 흔들리는 자이 브랜드에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 강화로 도전장을 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는 GS건설은 노량진1구역뿐 아니라 도시정비 사업 곳곳에 변수를 일으키고 있다.

GS건설은 올들어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나 공사비 문제로 시공권이 해지됐다. 이후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두산건설 등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GS건설은 대우건설 등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도 잃어버릴 위기에 놓여있다. 다만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사비 재협상을 통해 시공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GS건설은 송파 가락프라자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격돌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아2구역 재개발 사업도 눈독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한남5구역은 DL이앤씨의 수주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GS건설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공사 선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개포주공5단지와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수주전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직 개포택지지구 재건축사업에 깃발을 꼽지 못한 포스코이앤씨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데스크리포트 9월] 주택시장 반등 조짐, 건설사들 알짜 도시정비 혈전 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검단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 결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GS건설 영업정지 “정신 차리라는 신호”

국토교통부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시공사인 GS건설에게 최고 수위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국토부는 8월27일 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관련 사항을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에 따라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처분이다.

여기에 같은 법에 따라 품질 검사와 안전전검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서울시에 추가로 영업정지 2개월을 요청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토부는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나타냈다.

GS건설은 7월 초 국토교통부가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전면 재시공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검단아파트 이외에 GS건설의 부실시공은 드러나지 않았다. GS건설이 전국 아파트 건설현장 83곳 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콘크리트 강도나 철근 누락 여부 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국토부 역시 자체점검 결과가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영업정지 8개월의 초강수를 피하지는 못했다.

원희룡 장관은 8월28일 “1등 기업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정신 차려야 한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낸 것”이라고 업계 차원의 본보기라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영업정지가 확정된다면 조 단위 매출 감소와 최대 10조 원에 이르는 수주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청문회와 심의 절차를 거쳐 행정처분이 확정되는 만큼 GS건설은 적극적 소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검단아파트 시행사 LH의 처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GS건설 다른 현장에서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과 달리 LH는 철근누락 단지가 대거 적발된 데다 조사와 공개대상에서 일부를 빠뜨린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은 일단 LH의 전관 부분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뜻을 보였다. 사업구조 근본 검토 등 체질 개선도 예고했지만 행정처분이나 법적 책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한준 LH 사장은 8월11일 철근누락 사태를 사과하고 임원 4명을 사직처리했다. 다만 이 가운데 2명의 임기가 이미 끝났고 2명의 임기는 9월 끝날 예정이라 꼼수 사퇴라는 지적도 나왔다.

철근누락 수사 결과가 향후 LH 조직의 거취를 가르는 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떠오른다. 

경찰은 철근누락 아파트 소재지 관할 시도경찰청을 통해 연일 LH 강제 수사에 나서고 있다. 8월16일 광주경찰청, 8월25일 경남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8월28일 서울경찰청이 LH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한동안 수사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