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프리즘] ‘유학강국’의 꿈과 현실: 문제는 한국어 능력이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스터디코리아(Study Korea) 300K 프로젝트’.

생소한 이름이지만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통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유학생의 유치, 학업, 진로설계 등의 단계별 완결구조를 갖추겠다는 범정부적인 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의 정책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현란한 ‘네이밍(naming)’과 함께 백화점식 정책패키지를 쏟아냈다. 

솔직히 말해 ‘세계10대 유학강국 도약’이라는 슬로건이 나에게는 인구감소 등으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한 ‘우리대학 살리기’로 읽힌다. 

정부도 이러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보도자료에서도 외국인 인재양성을 통한 첨단 분야 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효과로 내세웠다. 

특히 대학-지역기업-지자체가 함께 해외인재유치전략전담팀(TF)까지 구성해 지역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한 것도 갈수록 정원을 채우기 힘들어지는 지방대학 문제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리라. 

사실 대학의 위기,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10여 년간의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이제 한계점이 거의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벛꽃 피는 순서대로(수도권에서 먼 대학부터) 대학이 문 닫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소위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조차 미달사태가 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 대학들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 주는 주요 자원은 말 그대로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유학생들이 가장 비중이 크다. 한국 학생들은 엄격한 정원 제한을 받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은 ‘정원 외’라서 무제한 받을 수 있다. 이들 유학생들은 일부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겠지만 이들이 내는 등록금은 대학들로서는 말 그대로 ‘화수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의 총 유학생 수는 16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기간인데도 전년에 비해 1만4천 명이상 증가했다. 2015년 9만1332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이들 가운데 4년제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수는 6만6332명으로 전체유학생의 43.3%에 이른다. 이들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90.9%가 자비유학생이다. 등록금, 생활비, 체재비 등을 포함한 유학생 1인당 경제효과가 1617만 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흥미롭게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대학은 서울의 유명 사립대들이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등을 포함할 경우 한양대(6999명)-경희대(6912명)-성균관대(6676명)-연세대(5926명)-고려대(4739명)-중앙대(4711명) 등이 차례로 유학생 수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중국인 유학생 순위도 비슷하다. 2019년 기준 대학과 대학원에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경희대-성균관대-중앙대 순으로 모두 3천 명이 넘는다. 상위권 10개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대비 중국 유학생 비율은 50~70%를 넘는다.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았나’ 할 정도로 필자 역시 숫자에 놀랐다. 웬만한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한해 신입생 입학정원이 3천~4천 명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다. 

주요대학 교수인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어느 어느 학교는 유학생 1만 명 유치가 목표’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고도 한다. 가령 재학생이 2만 명인 학교라면 절반 가까이를 유학생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대다수는 중국 학생들일 것이다. 정부의 30만 명 유치 슬로건도 ‘1만 명’을 외치는 대학들의 눈에는 소박한 숫자일 수도 있다.

애타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기업 경영자인 필자의 눈에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언어장벽을 확 낮추겠다는 부분이 걸린다. 

정부는 지역대학의 유학생 유치 활성화를 위해 비자관련 규제 혁신 패키지 가운데 하나로 유학생의 한국어능력 입증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전에는 일정수준의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TOPIK) 성적을 제출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이나 세종학당 이수 등도 허용하겠다고 한다. 
 
[비즈 프리즘] ‘유학강국’의 꿈과 현실: 문제는 한국어 능력이야

▲ 7월20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지역특화형 비자 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취업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어 능력 입학요건 등 인증기준을 개선해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물론 보완책으로 지자체 또는 대학과 연계해 권역별 한국어센터를 지정하여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내용도 있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현재 우리 대학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자. 지인인 대학교수가 전하는 이야기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따지는 것은 한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의 질 관점에서 지금 유학생 관리의 문제는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한국어 능력이 그렇다. 지금 중국 등에서 온 유학생들의 경우 한국어로 간단한 자기소개조차 못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본다. 기본적인 어학능력과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의 관점에서 비유를 하자면 한 교실에 대학교 3,4학년 수준의 한국 학생들과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하는 느낌이다.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중국 학생들과 수업듣기 싫어하고 외국 학생들은 ‘전담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래도 대학에서  TOPIK 성적을 중시해서 뽑았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유학생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이 TOPIK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받았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런 것이다. 중국 등 상당수의 현지 에이전시들이 ‘한국대학에 가면 4년 만에 무조건 졸업을 시켜준다’고 영업을 하고 이를 믿고 온 학생들은 나중에 ‘속아서 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강의는 알아듣지 못하고 교수들은 F 학점을 주니 당연한 것이다. 유학생들이 많아지니 기숙사도 연결이 잘 안되고 오자마자 안 되는 한국어로 집을 구하느라 생고생을 한다. 수업은 따라가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인다. 코로나19 이전 유학생들은 비교적 강의 만족도가 컸는데 이제는 만족도는커녕 반감이 커지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유학생들이 그렇다고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영어 수업을 강화하자고도 하는데 영어 잘하는 학생들이면 미국으로 유학가지 왜 한국으로 오겠는가.”

사실 필자가 외국인 유학생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한 대학의 지인으로부터 SOS 요청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을 하는 우리 회사에게 ‘중국출신 객원교수’, 더 정확히는 중국 학생들 상대로 중국어로 강의해 줄 강사를 보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그럼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필자는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업무 특성상 중국인 유학생 면접을 종종 본다. 인턴이나 정식사원을 뽑기 위해서이다. 

지원자들 가운데는 서울의 유명 대학교를 나온 지원자들도 많다. 그러나 상당수의 지원자들이 한국어가 너무 서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상당한 한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도 물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턴십 경험과 전공지식은 물론 한국어와 중국어가 모두 능통한 사람을 찾게 되는데 일단 언어에서부터 걸리니 채용이 쉽지 않다. 

학생비자 신분인 유학생 졸업자들은 졸업 뒤 일정 기간 안에 일자리를 잡고 취업비자를 얻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절박해진 이들은 모집분야와 상관없이 ‘묻지마 지원’을 하고, 급여나 처우가 떨어져도 좋으니 무조건 일하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문화를 동경해 한국에 왔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데 언어문제가 큰 장벽이 되는 것이다. 

한국말과 글쓰기가 서툰 학생일수록 당연히 인턴경력도 모자란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으니 업무역량으로 이어져 인턴 기회조차 좁아지는 것이다. 

나 역시도 한국말과 한국어 문서 작성에 서툰 인턴이나 직원을 뽑을 생각은 없다. 나의 메일함에 이들의 입사지원서가 쌓일수록 나의 한숨도 깊어간다. 

정부의 스터디코리아 프로젝트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유치-학업-취업 등을 모두 연계해 시스템화 하겠다는 것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첫 단추부터 어색하게 꿰어져 있는 느낌이다. 마치 지자체와 지역기업, 지역대학들이 연계해 유학생유치와 학업, 취업까지 연결되는 ‘유학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런데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고 그 기반이 한국어 능력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나 싶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한 지방대 및 수도권대와 심각한 불균형이 유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통계만 보더라도 수도권 대학에 58.2%가 집중돼 있다. 정부의 정책이 지방대와 지방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결국 과실은 수도권 대학들에게 떨어져 수도권과 지방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할 촘촘하게 짜여 진 실행단계에서의 액션플랜이 더 중요해 보이는 이유다.
 
유학생 유치 문제는 단순히 ‘지방대 생존’의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유학생 유치도 일반 비즈니스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보고 그 회사와 브랜드는 저절로 바이럴(구전홍보)이 돼서 고객들이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유학생 유치를 위한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성공스토리를 쓰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유학생들이 한국의 대학과정에 잘 적응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출발점은 한국어 능력일 것이다. 적어도 기업하는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비즈 프리즘] ‘유학강국’의 꿈과 현실: 문제는 한국어 능력이야

김관영 전북지사가 2022년 8월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50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유학생 비자발급 제한 대학 해제’ 등을 포함해 지역활력 6개 방안을 제안했다. <전북도청>

최근 지방의 한 도지사가 최근 간절한 목소리로 부실한 유학생 관리로 유학생 비자발급 제한을 받고 있는 대학들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인터뷰하는 모습도 보았다. 

정부가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들을 지정해 기준 미달 대학들에 대해 1년간 비자발급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학위과정과 어학연수 과정에서 18개 대학이 지정됐는데 모두 지방의 대학들이다.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도지사 입장에서는 시급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대학들은 ‘유치’에만 신경 쓴 탓에 ‘관리’에선 낙제점을 받은 곳들이라는 것이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유학생 장사’를 눈감아 달라는 것이 그냥 정치적인 수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원인이다. 문제는 ‘유치’가 아니라 ‘관리’이다. 관리가 잘되면 유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훈장일 테니.
 
한마디 덧붙이자면 외국 유학생들은 우리에게는 훌륭한 민간외교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모두 ‘지한파’가 되어 한국 유학경험을 추억삼아 한국에서 유학경험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좋은 직장을 잡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모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가령 중국 내의 반한 감정은 우리의 반중정서와 비례한다. 이들의 성공스토리는 한국 기업의 성공스토리로 확대될 것이고 중국내의 한국 이미지와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이들이 한국에서 겪은 알아듣지 못하는 강의와 이로부터 시작된 불쾌한 경험들이 본국의 지인들을 통해 퍼진다면?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와 한국브랜드 평판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재한 중국인 33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한국에 온 뒤 한국을 향한 감정이 나빠졌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좀 오래된 조사이기는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이들 유학생들의 문제가 수면 아래 있어 보이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터질 수도 있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인 입장에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조마조마하기조차 하다. 결국 이들이 본국을 향해 한국의 ‘수호천사’가 될 지 아니면 한국비판에 날을 세우는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이 될지는 우리가 어떤 처방전을 쓸지에 달려있다. 

정부의 ‘스터디코리아’가 성공하려면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을 어떻게 키울지, 나아가 이들에게 어떻게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인재’로 키워낼 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주길 기대해 본다. 

물론 대학의 재정위기에 관한 고려도 해야겠지만 정책담당자들이 ‘대학 속으로’ 들어가 넓고 긴 안목으로 교육의 현실을 들여다 볼 때다. 이태희 CUE코리아 대표
 
대학 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